조회: 371 , 2024-01-28 11:04 |
1.
엊저녁 설거지 이후에 얼음을 얼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것도 게을러서 였을까. 그래서 일요일 아침의 카페.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불에 데어보면 ‘불은 뜨겁다’, ‘불은 화상을 입힌다’라는 원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때 의식은 개별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성장합니다. 이런 식의 개념(정신) 운동이 바로 변증법입니다. 따라서 헤겔에게서 객관이란 바깥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의식이 알 수 있는 것의 총체입니다.” - 『한눈에 보는 세계철학사』
문장에 따르면, 경험이 쌓임에 따라 사건을 일반적인 원리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사건에서 과거의 다른 사건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상을 범주화하고 이슈를 그룹화하는 것은 능력이다.
문명 이전에는 생존과도 관계되었을 것이다.
2.
동질성으로 인하여 하나의 범주로 분류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같음’을 함의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면에서 다름’을 필연적으로 내포한다.
“큰 얘기들은 다 똑같아. 큰 얘기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었다'가 전부야. 큰 이야기를 하면 틀린 말이 없어. 지루하지. 차이는 작은 이야기 속에 드러나거든. 디테일 속에 진실이 있다고.”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외부의 자극을 모두 익숙한 것으로 여기고 감흥을 잃는 것은, 흔히 나이듦의 일면으로 이야기된다.
익숙할 법한 사건에서도 매번 그 다른 어떤 면,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개별적으로 인식해내는 것이
현재는 삶에 대한 태도로서는 오히려 높이 평가받는 것으로 보인다.
장 주네는 『자코메티의 아뜰리에』에서, 자코메티의 그런 “어린아이의 시선”을 재차 언급하며 칭찬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TMI : 그에 대한 이야기 중, 늘어선 가로수를 ‘un arbre, un arbre, un arbre’로 표현하는 내용이 역서에는 ‘한 명의 아랍 남자, 한 명의 아랍남자, 한 명의 아랍남자’로 번역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