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엊저녁엔 선릉에서, 군대 동기였던 강윤이를 만났다. 금요일 저녁인데 그 유명한 곱창집이 한산했다. 비가 좀 내렸다. 아침엔 않던 비가 내리기 시작하던 점심 나절에, '비가 많이 오면 비닐 우산 하나 사야지.' 생각했었다.
군대, 코로나, 신천지, 종교, 공부, 일, 연애, 페미니즘, 운동, 게임, 독서. 시간이 더 있었대도 대화 주제가 거기서 더 다양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비를 맞으며 집에 들어갔다.
2.
벌써 3월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려고 누워 시간을 보니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날짜가 2월 29일이었다. 하루를 얻은 기분이었다. 30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
꽁으로 얻은 하루를 마냥 쉬며 보내고, 지금은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 들으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뭐가 됐든 쓰는 것'. 그건 며칠 전에 다인이가 "오빤 외로울 때 어떻게 해요?"라고 물을 때의 내 대답이었다.
4.
사실은 도어스에서 레드락을 마시고 싶었다. 지하, 붉으스레한 어두운 조명, 어딘가 퀴퀴한 공기.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때그때 친했던 사람들이랑, 몇 번이고 함께 갔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