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만히 있기가 슬프다.
그러나 별 것 아닐 것이다.
과거의 겁 많음에서 지금의 미열의 원인을 찾고
그 날들에 무슨 음식을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회상하고
지금의 나는 당신이 아는 내가 아닐 것임을 생각하며,
지금의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길 차라리 바라다 보면
2.
어느 날은 한낮에 상동 호수공원에 있었다.
볕이 아주 맑진 않았지만 꽃들이 알맞게 피어 걷기 좋았다.
유독 호숫가에서는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많았다.
그때까진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에, 외롭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른 때였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뛰면서 웃어대는 공원을 나가면서 였을 것이다.
작년 가을에 짧은 편지를 보냈다거나
최근까지도 종종 꿈을 꿨다거나
그런 하나마나인 이야기들을 했고
그 이상으로 하나마나인 이야기들을 했다.
그렇지만 그뿐으로,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다음날엔 논문 발표와 관련해서 학교에 갔었다.
정문 근처에 루프탑 식당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배가 고팠는데도 식사는 됐고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음악 좀 둠칫둠칫한 거 안 나오나.
정말로 그때까지도 괜찮았던 것 같다.
누구와 별 소리를 한 것도 없고
사담이래봐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