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꿈에 홍이 오라버니가 나타나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사귀었다구 할 수가 있나? 없나?
우리 둘의 관계는 애매모호다.
연락을 안한지. 작년 8월이 마지막이었으니깐. 약 4개월이 흘렀나.
같은 회사에 다녀었다. 우린.
얼굴을 익힌지 한 달여만에 오빠는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지만...
오빠와의 첫 대화는 이랬다.
난 다른 여직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린 인사조차 안하구 지내는 사이였건만 늘 친하게 지내던 사람인냥 대화에 끼어드는데
웃기는 인간이다 싶었다.
근데 더 황당하게 만든건
내게 반말을 했다는 거지. 그런거 못 참쥐. - -"
그 때 내 나이 스물네살. 오빠 나이 서른한살.
난 따졌더랬다.
"왜 반말이세요?" 그러자 오빠 왈.
"25살 넘었씀 존칭 써 주지!"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허~ 웃긴짜장 불어터지는 소릴하구 있네. 무시 당하군 못 살쥐.
"26살이니깐. 존칭을 써주세요" 선의의 거짓말이란 것도 있다.
좀 놀라는 기색이 보이더군.
오빤 내가 많아야 스물두살 일거라 생각한거야. 나 또한 오빠가 스물입곱정도라 생각했구.
암튼 난 도도한 척 굴었지만. 내심 짖굿게구는 오빠가 싫지 않았다.
나란 녀석 좋아하는 사람이 다가와도 내가 상처입을까봐 무뚝뚝이란 껍질 속에 숨어버리는
달팽이 같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이 떠나가도록 만들었다.
근데 그 해 2000년 내 좌우명이 모든 도전한다 였거덩.
그래서 껍찔을 벗고 새하얀 맘으로 당당히 도전해 보기로 한거야.
쑥맥같이 나는 홍이오빠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어쨌든 오빠는 다른 곳으로 가게되었으니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에선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종로 국세청 앞에서.
전에 그려둔 그림에 새로 액자를 맞추어서 헉헉 거리며 종로로 갔다.
그 그림이 약12호정도-엽서한장크기로 열두개-였으니깐. 액자까지 합치면 장난이 아니었다.
액자무게도 무게지만 거기엔 나의 맘이 실려있는 묵직한
내 나름대로의 표현이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남자란 동물은 여자가 먼저 맘을 보이거나 선물같은 걸 해주면
자신이 왕자인 줄 착각하게 마련이다.
나의 과오였다. 안하던 짓을 하면 어찌 된다더니.
오빠는 무관심으로 나를 대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내가 싫은 건지. 좋은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거나
이유없이 갑자기 연락을 안한다거나.
만나자고 시간비우게 하구 연락 안하기.
그리구 아무일 없었던 듯 연락 하기.
알맞게 친절하기.
여운을 남기기.
나 혼자서 흐렸다. 맑았다.
여러 상황으로 짐작해 보면 선수적인 기질이 다분했다.
근데 문제는 그런 몹쓸 오빠가 좋았다.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인거 같다.
꿈에서 조차 날 힘들게 하는걸 보면.
남정네 꿈을 좀처럼 꾸지 않는 나인데...
오빠는 전에 하지않던 것들을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에게 집착하게 만들고.
잡힐 듯 말 듯 내 앞에 서있는 오빠가 보인다. 꿈에.
다가서려고 하면 저만치 더 멀어지고
그러길 몇 차례.
끝내는 주저앉아 울어 버린다. 약도 오르고 애도 타고
집착하고 있음이다.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맘이 꿈으로 나타나는가 보다.
잊을만도 한데 아직 이러구 있다. 난.
나란 존재는 오빠의 삶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 할 텐데...
그럼 나도 마땅히 그렇게 해주어야 하는건데.
결국 상처입었다. 달팽이는...
전화 해 볼까?
혹시 내가 먼저 하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작년 12월1일 내 생일.
그런 날이면 의례 함께였음하는 소망이 든다.
그래서 그 날.
버튼을 '꾹' '꾹' 눌렀다.
신호가 간다.
가슴이 콩쾅 거린다. 이내 심장이 곧 밖으로 툭 나올것만 같았다.
"여보세요?"
그에 목소리가 들린다.
한 박자 쉬고 내가 말한다.
"저기. 오빠 나에요..."
"누구? "
"달팽이에요.
"니가 왠일이야?"
"잠깐 나올수 있나요?"
"안돼."
잠깐이면 되는데... 오빠는 그 날이 내 생일인지도 몰랐겠지.
언젠가 말했던 오빠의 생일을 나는 기억하고 있는데.
11월28일 같은 사수자리.
의미없는 숫자들로 흘려 보냈겠지 오빠는.
친구가 바라본다. 안쓰러운 듯. 왜 그랬냐는 듯.
무안하고 챙피했지만, 서운한 맘이 더 컸다.
다른 날도 아니구 내 생일이었는데. 푸후~
X X 홍! 똥강아지. 똥배나 엄청나와라!!!
내 핸드폰이 몸을 부~~떤다.
문자가 왔다. 오빠일까? 아니다.
어떤 스토커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곧바로 삭제시켜 버린다.
이젠 아침 점심 저녁 같은 문자를 날린다.
사.랑.해.요
가볍게 들린다.
장문의 글을 보내도 휴지통 신세임을 안 것인지.
이 한단어로 한달을 늘어지고 있다.
정말이지.
이제 발신자로 뜨는 그 놈의 번호를 외우게 됐다.
이런 곳에 두뇌용량을 낭비하다니.
당장에라도 전화해서 욕해주고 싶지만.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들었는데.
어떤반응을 보이면 거부감일지라도 관심이 있다고 판단하고 더욱 끈질기게 괴롭힐 거란다.
스스로 체념할때까지 두는게 좋다고해서 참고 있다.
번호를 바꿔버리고 싶지만.
여러곳에서 비지니스로 받아야 할 전화가 많기땜에...가 아니구 ㅠㅠ
이 번호가 오빠와의 유일한 연결 통로인데
전화를 할지도 모르는데.
바꿀 수는 없다. (BAB)
토요일을 맞고 있다.
달팽이는 아직도 잠들지 못한다.
이런 글나부랭이만 날리고 있다.
똥색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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