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한사람은 악세사리 노점앞에서 또 한사람은 5미터 더 되는 거리의 옷가게앞에 있는데도 `저 두사람 같은 패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을 본다. 역시, 잠시후 그 둘은 다시 만나 같이 걸어가고 있다.
학교에선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를 색깔만 다르게 해서 입고 다니는 씨씨들도 보고 동네 어귀에는 같은 교복은 물론 머리핀에 신발까지 같은 걸 하고 있는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는걸 본다
어떤 모녀는 나이차도 많이 안나고 스타일과 성격까지 비슷해서 꼭 친구같은 모녀간이 있다.
어쩔땐 노점앞에서 떡꼬치를 먹기 위해 벌린 입모양도 닮은 동료들을 본다.
DDR게임대 위에서 대결을 벌이는 두 친구는 머리색도 다르고 하나는 스포츠룩이고 하나는 힙합룩인데도 둘은 같은 친구임을 단번에 느끼게 하는 닮은 느낌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도 보면 어쩜 그렇게 비슷한 사람끼리 다니는지,닮아서 같이 다니는 건지 같이 다니면서 닮아진건지 제3자가볼때 헛갈리기까지 한다.
또 A가 혼자있을때면 사람들은 B는 어딨어? 라고 물어보게되고 B가 혼자 있으면 A는 어딨냐는 질문을 인사 대신 하게 된다.
난 비슷한 `끼리끼리 동무들`을 보면 같이 있는 모습이 참 귀엽다고 생각한다.
난 유승준같은 솔로가수도 좋아하만 HOT나 SES같은 그룹가수들을 좋아한다.
화면가득 젊고 이쁜 애들이 나오면 보기 좋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게 HOT에서 누굴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하나하나 뜯어서 보면 강타는 너무 날카롭고 문희준은 왠지 느끼하다.
그런데 HOT란 이름으로 한데 뭉쳐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같은 춤을 추고 비슷한 마스크까지 닮은꼴로 어우러진 모습은 서로를 더 이뻐보이게 한다.
난 63빌딩을 별로 안좋아한다.
높고 튼튼하게 잘지어진 건물인진 몰라도 63빌딩에겐 닮은 꼴이 없다.
혼자 우뚝 선 모습은 싱거운 사람을 멀뚱 쳐다보는 느낌까지 든다.
난 내가 63빌딩같다고 느낄때가 많다.
내가 사람을 잘 못사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누군가와 닮은 꼴을 이룬 적이 없다.
생각이 닮은 사람은 물론 외모가 비슷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다.
키가 175나 되는 싱거운 여자가 흔한건 아니지.
난 눈높이의 대화를 좋아한다.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남들은 키가 큰 걸 부러워하는 편이지만 난 키 큰게 부담스럽고 외롭다.
서서 누군가와 대화하기가 괜히 민망하고 미안해서 몸을 움츠리게 되고 길을 걸을 때면 의식적으로 기울어진 쪽으로 걸어간다.
나와 닮은 꼴을 만나고 싶다.
혼자 있는 모습보다 그 닮은 꼴이 나와 함께 있음으로 인해 어울려 보이는 조화로움으로 서로를 더 업그레이드시켜 보이는 그런 닮은꼴 말이다.
난 나의 이 바람이 나르시즘이 아닐까라라고도 생각했지만 자기애라고만 하기엔 부족한 뭔가가 있다.
서로 사랑하게 되면 서로를 닮아간다.
그래서 아베크족들은 커플룩으로 입고 다니고 부부는 닮는다고 하고 심지어 개도 주인을 닮는다.
10대들도 WANNA BE현상처럼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의 외모를 흉내내고 닮고 싶어한다.
닮는다는것이 외모만을 뜻하는건 아니겠지.
영혼을 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게 친구일 수도 있고 협력자일수도 있고 배우자일 수도 있고 셋 다 해당될 수도 있겠지.
정말 사랑하면 궂이 애쓰지않아도 상대를 닮고 싶어지는 자발적 마음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닮게 된다.
그렇게 날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덕경하면 예수님이 생각나고 예수님하면 덕경이 생각나면 얼마나 영광스러울까.
너무 너무 사랑해서 사랑하는 대상이 너무 너무 아름다와서 저절로 닮아가는 그런 사랑을 절실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