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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음악듣기   카테고리가뭐야
조회: 2568 , 2002-11-08 17:00
알바하는 데와 집과의 거리가 5분 남짓 될까 말까해서 점심시간이면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밥값도 아끼고 오며 가며 운동삼아 걷기도 하고 무엇보다 음악을 듣고 싶어서 가슴이...가슴이 뭐라구 그래야 하지.
그냥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혀바닥 뒤로 싸한 느낌이 올라오면서 지릿한 가슴속의 뭔가가 쌓이는 것 같다.
그렇게 증상이 올 때 음악을 딱 들으면 그 쌓이는 무언가가 진정이 되면서 가라앉는다.
대신 다른 희한한 감정이 올라와서 날 미칠 것 같은 전율에 던져놓는다.
여기 일하는데는 사운드 카드도 없고 스피커도 없는 컴이라 음악을 못 듣는다.
그리고 난 음악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콱 막힌데서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면 집에 가서 밥도 충전하고 음악도 충전한다.
요즘 한동안 못 듣던 음악을 몰아서 듣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좋은 노래들이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도 역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뭔가 틀려 라는 생각으로 나의 안목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한다.
지금 우리 집엔 제대로 작동되는 A시스템이 없다.
다 망가지고 튀고 지지직거리고 스피커가 안 들리고 그렇게 제대로 된 음악을 듣기 힘든 상황이다.
그저 컴에 내장된 엠피3나 인터넷사이트에서 찾은 노래들을 약한 스피커에 의존해서 때우고 있다.
때론 이게 더 편하다.
즉각적으로 듣고픈 노랠 찾아서 버튼만 클릭하면 되니까.
근데 이젠 인내심이 한계로 가고 있다.

어릴땐 인생 최대목표가 [매달 최신 CD목록을 내 책상위로] 였는데 지금은 듣고싶은 노래를 어느 순간 우연히 듣게 되는 행운이 좋아서 수집도 잘 안하고 분류도 안 해논다.
듣고싶을 땐 음악방송을 듣거나 듣고픈 음악을 인터넷에 신청해놓고 기다린다.
그게 더 즐겁다.
음악에 대해서도 소유욕이 많이 없어졌다.
나의 게으름에 대한 합리화도 된다.
지금 마음 같아선 음질 좋은 AV시스템 하나 장만해서 빵빵한 음질로 틀어 놓고 싶기도 하고 중저음이 잘 보강된 깨끗한 포터블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해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싶다.
이어폰은 여름에는 좋지만 겨울엔 방한용 겸 해드폰을 하나 갖고 싶다.

그러나 잘 참고 있다.
내 머릿속은 늘 새로운 음악으로 매 시간마다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싶은 부분으로 자동 플레이되는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혼자 희한한 노래, 뜬금없는 노래들을 내 뇌속에서 끄집어내서 흥얼거리거나 표정을 멍하게 하고 음악을 듣고 있다.
그래서 난 남들이 보기에 현실에 있는거 같지 않고 혼자 UFO타고 멀리 날아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건 내가 혼자만의 세계에 갖혀서 들리지도 않는 노래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렇게 멍하게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음 주변에서 보구 잘 웃는다.
늘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를 혼자 부르고 있으니 웃기긴 웃길거다.
학교다닐때 내 짝꿍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길래 난 깜짝 놀래서 너 그 노래 어떻게 알아 하고 물었더니 내가 맨날 부르길래 자기도 외웠다는 거다.
내가 늘 뭔갈 흥얼거리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금도 머릿속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올려놓고 TAKE1부터 차례로 듣고 있다.
그러다 그 가상 현실이 쌓이면 진짜로 듣고픈 갈증이 막 목구멍 밑으로부터 올라온다.
그럼 그 혀 안쪽이 저린 것 같은 뭉클한 증상이 생긴다.
그게 안달증 초기증상이다.
그럼 찾아 한꺼번에 쭉 들으면서 나 혼자 미칠 것 같은 전율에 사로잡혀 흥분한다.
난 역시 너무나 좋은 음악들을 듣는다.
10년전에 듣던거나 최근에 좋아하는거나 다시 들어봐도 역시 훌륭하고 멋진 음악들이다.

락음악의 조합은 간단하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가끔 키보드와 컴퓨터 등이 합세한다.
가만히 음악을 들으면서 그 소리들을 파헤치면서 그 소리중간에서 헤엄치는 것 같은 착감이든다.
기타소리를 미역처럼 몸에 감고 베이스 소리에 샤워하고 드럼소리로 몸을 두드린다.
그리고 목소리의 가운데 서서 몸에 흡수시킨다.
이건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비유라고만 하기엔 딱 맞는 그 느낌이다.
소리의 사이를 헤엄치면서 그 중간에 함께 합체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노래는 멜로디나 연주만이 다가 아니라 가사가 있다.
난 영어를 잘 모른다.
그리고 히어링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영어의 어감이 주는 어떤 느낌이 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내가 만든 감정에 빠지게 한다.
실제 이 노래가 어떤 가산지 잘 몰라도 몇몇 들리는 단어들로 조합해서 내용을 추리한다.
이별 노랜가봐.. 싶으면 이 노래의 멜로디가 주는 희한한 느낌하고 가사에서 들리는 어감의 느낌을 함께 느끼면서 내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럼 그 노래와 사랑에 빠진다.
난 자주 노래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음악은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다 이 사랑을 줘야 할지 몰라 헤메다가 그 노래를 부른 가수를 내 맘대로 환상속의 왕자님으로 만들어 놓구 좋아하기두 하고 그냥 그것두 아님 그냥 음악 자체를 사랑한다.
음악은 꼭 사람같다. 체온이 느껴진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포근하게 감싸주며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가만히 보호해준다.      
그 느낌은 딱 안락한 사랑에 빠진 느낌과 아주 똑같다.
이렇다고 내가 꼭 발라드나 클래식같은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거 같지만 난 역시 그냥 미국, 영국의 유행음악을 들을 뿐이다.
특히 영국음악은 귀엽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아주 섹시하고 우울한 깊이가 묻어있다.
그 우울한 감수성이 밝은 리듬을 타고 들려오면 어쩔 바를 모르겠다.
두 가지 충돌이 가슴에서 요동치면서 신나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프다.
그냥 아픈게 아니라 아주 아프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하지만 어릴 때 이후로는 음악 듣고 잘 안울었던 거 같다.
그냥 우는게 귀찮다.
그래서 울도록 내버려두진 않고 적당히 울락 말락한 느낌을 즐긴다.
그러다가 마치 내가 락스타라두 된 양 막 따라 부를 때두 있는데 그럼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쫌 짜증두 난다.
어째서 이런 사람들은 일케 노래두 잘부르고 목소리두 멋진걸까.
왜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듣기가 싫은걸까.

아까도 점심시간에 일하는데서 점심을 먹었는데두 집에 갔다왔다.
음악을 충전해야 하니까
가서 R.E.M 의 Leave를 반복해 들었다.
죽을거 같다.
너무 좋은 음악을 들음 죽을거 같다.
그 죽을거 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
어짜피 안 죽을거기 때문에 죽을거 같은 느낌만 드는 기분이 아주 좋다.
음악은 정체가 희한하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데 존재하는 거라서 희한하고 그 희한한 것이 나를 희한한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희한하다.

그리고 음악은 기억을 흡수한다.
기억을 잘 세이브해 놨다가 음악을 틀면 그 기억들을 제법 괜찮은 보관상태로 재생해준다.
그 기억이란건 꼭 현실적인 기억만이 아니다.
그때 그 시절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모든 공감각적인 감정들을 플레이해준다.
그럴때 느끼는 놀라움이란건 설명이 안된다.

4차원세계가 있다면 그건 음악속에 있는 세계일거다.
음악은 4차원의 뫼비우스의 띠이다.
안도 겉도 없지만 안 겉을 다 갖춘 4차원 세계.
그래서 이지 리스닝용으로 편하게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난 대부분 음악이 불편하다.
이 모든 감정이 복받쳐 와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편하게 듣는 둥 마는 둥 들을 수 있겠나.  
그래서 일하는 데선 음악을 안 듣고 대신 내 머릿속 플레이어를 의존한다.

다른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그러던데 난 커피숍에서 얘기나누다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나오면 거기 정신이 홀라당 빠져서 상대방 얘기도 잘 안들어오고 대답도 잘 놓친다.
그런 내 속의 반응을 모른 척하고 참고 있기란 매우 힘들다.
그래서 종종 상대방에게 미안하다.
상대방 모르게 내 속을 다스리고 있는 동안 상대방의 얘기가 하나도 내 귀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맨날 그런건 아니구 나두 B.G.M처럼 음악을 배경으로만 깔고 있을 수도 있다.
대신 그런 노래들만 그렇다.
또 음악에 예민해서 음악이 별루인 커피숍에 앉아있으면 쫌 화가 난다.
어쩔땐 내가 음악 녹음해다가 갖다주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음악이 맘에 안들어서 내 가방속에 씨디를 꺼내 틀어달라고 그러기도 한다.

내 이런 특징은 다른 사람도 조금은 갖고 있는거 같은데 잘 표현하는 사람은 못 본거 같다.
나만 그런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동요없는 사람은 정말 신기하다.
난 그러기 참 힘들던데.
남들이 취미가 뭐냐 그럼 음악감상이란 말이 잘 안나온다.
난 음악을 감상하지 않는다.
음악과 거의 연애하는 수준이다.
근데 음악과 연애해요 라고 대답하면 웃기니까 그냥 음악두 듣구...그런 식으루 흐린다.
무슨 음악 들어요? 라구 물어보면 별루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냥 뭐 유행음악 듣져 뭐..라고 또 흐린다.
내가 음악 얘길 하는 대상도 내가 인정하거나 좋아하는 사람하구만 한다.
음악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하지 아무한테나 이 소중한 얘길 할 수 없다.
난 남친도 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하구만 사겼다.
그리구 음악을 오래 들어서 그런지 대충 사람 보면 음악 좋아하겠다 안좋아하겠다 얼굴만 봐도 삘이 온다.
다 갖춘 멋진 사람도 음악 듣는 수준이 영 아니면 안땡기구 세상의 looser같이 버려져 한심하게 사는 놈두 음악을 좋아하면 갑자기 그 놈이 멋져 보인다.
진짜 난 현실 감각이 둔한가 부다.
내가 일하는데서 어떤 아저씨가 날 가만히 보더니 주덕경씨는 낼 아침에 하늘에 뜬 구름 뜨니까 그거 잡으러 가자 그럼 뜬 구름 따러 갈 사람같다구 하면서 막 웃는거였다.
어쩜 그렇게 나를 잘 알아보실까나..
그럼 내 뜬 구름은 음악인가.
그럼 잡으러 가야지.
뜬구름..
헤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