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눈감고 지낸 오늘이라 태양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눈 앞에 모든 것이 보이는 걸로 봐선 분명히 태양은 하늘 어딘가 있었겠지....
잠에서 깬 시간은 달이 뜰 무렵이었지만....
너무나 밝았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의 버스 안도 역시....너무나 밝았고....
백화점 앞에 장식된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또한 눈부시게 번쩍거리는 빛을 뽐내었다...
그리고 그만큼 눈부신 친구의 애인을 보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를 보게 됨으로서 더욱 어두워지는 내 그림자....
이젠 아니라고 하지만....아직도 내 못난 성격 탓에 자연스러울 수 없는 내 표정...
하지만.....
그녀 역시 밝음 속에 어딘가 어둠을 감추어둔 것 같아 보였다....
아마도 저 옷을 벗으면 그 어둠이 드러날까...
그녀의 옆에 있는 역시나 밝은 친구의 웃음.....
그래.....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몇 번은 꿈꾸었지만....드라마틱한 내 마음대로의 상상처럼 이루어진 것도 없고....
늘 내가 바라는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모습.....그것 그대로이다...
그럼에도 난 아직 그녀를 대함에 있어 내 자연스러운 '밝음'을 내보이지 못하고만 있다.....
아직도 마음 한 켠에 먹구름 가득 묻힌 화살을 지니고 있어서겠지.....
안타깝게도....
불꺼진 극장 안....영사기에 비춰진 스크린의 화면 역시 너무나 밝았다....
난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다....
그다지 집중하지 않아도 절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웃음 가득한 영화였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내 눈을 앞만을 좇았던 것 같다....
그다지 씁쓸하지는 않았던 기분이지만....
아직도 남은 스스로 '벌레' 내지는 '꽉 막힌 어둠'을 자처하는 내 본연의 그릇...
이제는 그 그릇 속에 햇살을 담고 싶다....
그녀가 아닌 다른 햇살을.....
그래야 더러운 화살 따위는 버려지고 진짜는 아니지만....그렇다고 가짜도 아닌...
그런 내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