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걸려 온 친구의 전화...
친구들 다 모였다고 나오라는....
그리고 그 아이도 온다는...
지금 그 아이와 나와의 사이를 모르는 친구놈의 전화에 난 또 흔들린다...
일부러 못 들은 척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조금 전의 내 모습....
'정말 나라는 인간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또 한 번 들기 시작한다.....
'만약 그 아이한테서 보고싶다는 전화가 오면 어쩌지...나가야 되나....'
또 한 번 앞서서 미리 상상하며 그 때 어떻게 해야될 지를 생각하는 나....
그 아이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내 마음이겠지....
'나 오빠랑 정말 헤어졌다...보고싶어....'
언젠가 내가 반드시 듣길 원하고 바라는 말이지만....지금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그런 말을 기다리는 두 가지의 마음....
지난 날 내 주변의 친구들이 사랑에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그 때 내가 했던 사랑은 쉬워보이고 마냥 행복하게만 보였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그랬겠지.....
한 토막 글을 적고 시계 한 번 보고...또 한 토막 글을 적고 시계를 보고...
'지금쯤 그 애가 버스를 타고 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겠지....'
'그 아이가 거기가는 이유가 나 때문일까 단순 내 친구의 놀러오라는 말 때문일까.....'
'혹시 오늘 내 친구들에게 내가 했던 말들을 모두 말 해버리는 건 아닐까...그럼 난...어떻게할까...'
스무살 시절...
내 고민을 잘 들어주던 그 형이 오늘 무척이나 보고싶다....
항상 남들 보기에 자신감 가득한 모습만 보이던 내가...
왜 유독 사랑 앞에선 이렇게 소심하고 조심스러워지는 지...
이젠 다 지난 일인데....
철없던 시절의 과거가 내게 너무 큰 생채기를 남긴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내게 숨기고 날 선택했던 그 아이...
그리고 그 후 다시 돌아서 나와 그 지난 날 사랑 모두를 기만했던 그 아이의 굴레를....
이미 훌훌 털어버린 듯 웃음 한 번 짓다가...
내 발 끝에 걸린 그 아이의 그림자를 보곤 다시 입술을 깨물고 말았던 것 같다...
그 형을 오늘 만났더라면 과연 그 형은 내게 무어라 말을 해주었을까...
"사랑이라는 건...받는 것도 나누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주는 거다!!"
지금 내 마음이라면 그 형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수 있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