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 곳에 또 와버렸다...
새로운 사랑에 힘들어하고 아파하면서 상처받은 내 마음과 내 영혼을 달래주는 이 곳...
그래, 오늘부터 내가 자신있어하는 '기다리는 날들'의 시작이다....
일을 마치고 나서 찾아간 엄마 가게...
오랫만에 들른 가게는 생각대로 썰렁했다...
그 썰렁한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
오늘 내가 홀로 선 첫날인 걸 엄마가 알 턱이 없지만...
괜시리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그 따스한 등에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척을 느꼈는 지 뒤돌아 나를 보는 엄마...
"칼국수 먹을래....수제비 끓여줄까??"
칼국수를 싫어하는 난 짧게 대답했다...
"수제비..."
그렇게 엄마는 계속 나를 등진 채 요리를 하고 있었고...
난 엄마를 등진 채 생각없이 티비를 켰다....
눈을 티비를 향하고 있었지만 내 머리는 어제 떠남을 고한 그녀를 생각했다...
그 때까지도 의문이 들었다...
'어제 내 말들이 비록 배려였음에도 그녀를 아프게 한 게 아닐까...'
그리고 기다린 차례인 듯 그 시각 그녀가 하고 있을 행동들을 상상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 웃음을 직장동료들에게 선사하고 있을까....
혹시 어제의 내 말에, 내 메일에 다시금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홀로서 기다리는 첫날이어서 그런 지 다시 한 번 후회의 마음이 내 가슴에 들어올 때...
엄마가 수제비를 들고 왔다.....
찹쌀수제비.....
그냥 수제비가 아닌 찹쌀수제비였다....
내가 좋아하는....그리고 나를 만들어준 내 아버지가 좋아하는.....
갑자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심한 부부싸움에 다 차려진 아침조차 거르고 출근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하던 아버지의 모습...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저녁 찹쌀수제비를 드셨다....아주 맛있게...
그리고 그 다음부터 서서히 두 분의 관계도 다시 좋아졌었는데....
두사람이 먹어도 될만큼 많은 양의 수제비를 먹고 있는데...
엄마가 냄비를 들고 왔다.....
냄비 속엔 내게 퍼주고 약간 남은 수제비와 그보다 더 많은 양의 밥이 있었다....
엄마와 마주 앉아 수제비를 먹으면서 역시나 몇 년 째 그렇 듯 오늘도...
별 대화가 없이 목에는 수제비만 자꾸 넘어갔다....
"동치미 많이 먹어라....감기엔 동치미가 좋다..."
엄마가 말했다....
김치만 먹고있던 난 동치미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엄마가 다 비운 냄비를 들고 다시 주방으로 가고나서 다시 동치미를 집는 순간...
괜시리 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내 목구멍을 타고 올랐다...
하마터면 눈물을....
마음이 허한 날 느껴지는 엄마의 사랑에 나는 눈물인 지....
아니면 어제부로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그 아이 때문인 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또 알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역할을 다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는 순간 그 아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컴퓨터 전원을 켜면서 또 한 번 떠올랐다....
휴대폰 슬라이드를 올리면 나타나는 그 아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컴퓨터 부팅이 끝나면 나타나는 그 아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을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내 공간 속에서만 그 아이를 만나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