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무서를 출입하는 차량을 통제하는 나.....
운전이 서툰 어느 아주머니의 주차를 도와주며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 내 모습....
주차를 끝마치고 차에서 내리며 아주머니가 건넬 말을 알기 때문에.....
난 열과 성을 다해.....무사주차를 위해 힘쓴다....
혹여 그 아주머니의 인사를 받지 못하더라도...
인사는 커녕....자길 무시했다는 투의 되먹지 못한 인상을 보게 되더라도....
내 얼굴은 절대 분노로 꿈틀거리지 않는다.....
차 댈 곳도 모자란 판에 조그마한 스쿠터 하나 몰고와서 떡하니 주차하는 아저씨...
되려 웃음이 난다.....너무나 당당한 그 모습에.....
하긴......오토바이도 차라고 하면.....차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다른 곳에 주차하라는 나의 정중한 부탁에도 화를 내는 그 분.....
"아.....열받네....작다고 무시하는거야 머야...15톤 트럭을 끌고올까보다!!"
15톤트럭.....
그 말에 난 웃고만다.....
실제로 그 아저씨가 15톤트럭을 몰고 세무서로 오지는 않겠지만...
그 멋진 멘트에....그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반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험이 쌓이고 쌓여 이런 여유를 찾게 된 것이겠지....
처음엔 생각없이 물을 뿌리던 화분에도 애정이 가고.....
시간 맞춰 주는 열대어의 모이에도 혹시나 큰 알갱이가 들진 않았나 쳐다보게 되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를 보면 다가가 같이 놀아주게 되고.....
직원의 핀잔에도 웃음으로 받아넘길 수 있게 되고....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목숨을 저당잡을만큼 크게 느껴지는 문제도.....
치욕스러워 눈뜨기 싫을만큼 비참한 일도....
숨 한 번 쉬고 생각하면....이렇게 쉬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