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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이연   미정
조회: 2250 , 2002-12-15 11:41
당신 친구들이 당신의 생일케익에 촛불을 켜 줬을때
내 친구들은 힘없이 물고 있던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고

당신이 오늘 약속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있을때
난 오늘도 없을 우연을 기대하며 당신이 좋아했던 옷을 챙겨 입고 있었고

당신이 오늘 본 영화내용을 친구들과 얘기하며 그 영화에서 느낌이 좋아했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을때
난 우리가 왜 만났고 왜 싸웠고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는지를
빈술잔을 채우는 친구에게 얘기하며 채운 잔을 또 비우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아무생각없이 호출기에 메세지를 남기면 연락드리겠다고 녹음했을때
난 그 목소리라도 밤새도록 반복해 들으며 전할수 없는 메세지를 달래고 있을때

당신이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놀라 어느 처마 밑으로 피해있을때
난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며 당신이 그 피하는 처마밑을 찾으러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일기장에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 하루를 준비하고 있을때
난 보여주지 못한 편지를 끄적이며 어김없이 찾아올 내일을 두려워 하고 있었고

당신이 그 해의 첫눈이 반가워 누굴 만날까 생각하고 있을때
난 당신이 내 호출기 번호를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호출이 올때마다 철렁내려 앉는 가슴을 느끼며
첫눈을 마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책상 정리하다 미처 버리지 못한 내 편지를 읽으며 의미없는 미소로 아무런 느낌없이
그 휴지통에 넣을때 난 그 옛날 내가 보냈던 편지의 어느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머릿속으로 다시 고쳐쓰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새로나온 나온 음반에 어느 가사가 너무 좋다라며 음미하면서 난 나하고 절대 상관없는
슬픔인지 알면서도 무너지는 그 가사에 또 한번 가슴이 내려앉아 함께 무너지고 있었고,

당신이 한남자를 얻었을때
난 영원히 한 여자를 잃었습니다.

                                                        -이연 - 원태연.

babie6564   02.12.15 공감

원태연님의 시는 이별했을때..
읽으면 너무도 공감이 가죠..
요즘은 시집을 당체 읽지를 않았었는데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