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양치질이 싫다.
걍 귀찮다.
남들은 하루에 3번씩 3분이상 이를 닦는다는데 난 걍 하루 2번 2분씩 정도 한다.
대신 손에 힘을 많이 주고 닦는 편이라 깨끗이 닦는다고 생각한다.
양치질은 별로 이쁜 모습이 아니다.
입에 거품을 잔득 물고 칫솔이 구석구석까지 잘 들어가게 하기위해 입모양을 웃기게 바꿔줘야 한다.
이건 별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난 양치질하는 그 잠깐시간도 지겨워서 마루로 나가서 티비보면서 닦거나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럼 실수로 침섞인 하얀 국물이 옷에 뚝 떨어지기도 한다.
으~드러~
난 하고 싶은거 사고 싶은걸 노트에 적는걸 즐긴다.
게중 이루는것도 있지만 희망사항처럼 적어만 놓고 바람을 해소한 채 이루지 못한것 도 많다.
그중 하나가 전동칫솔 사기인데..
나같이 양치질이 귀찮은 인물에게 전동칫솔은 꽤나 매력적인 발명품이다.
그러나 뭐 별로 세게 닦지 못한다느니 시간이 오래걸린다느니 하는 사용후기들은 계속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만큼 별로 값싼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이루고 싶다.
전동칫솔 사기.
아침에 양치질을 하다가 우리 식구들의 칫솔들이 제각기 한 컵안에 담겨 있는걸 발견했다.
늘 무심코 보던걸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될때 느껴지는 감상을 즐기는 편이라 그 칫솔들을 보면서 묘한 감상에 젖었다.
칫솔만 봐도 누구 칫솔인지 대번에 알겠다.
우리집식구중에 가장 비싼 칫솔을 쓰는 사람은 바로 나다.
수퍼마켓에서 가장 칼라풀하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곁들인 무슨 어쩌구 닥터, 또는 무슨 무슨 덴탈..뭐 이런 외제상호같은 상표가 붙은 제품을 선호하면서
칫솔모도 무슨 항균기능이니 칫솔모가 안닿는 부분을 최소한 줄인 모양을 했다는 글씨 한자라도 더 붙은 그런 칫솔을 주로 쓴다.
그리고 가장 싼 칫솔을 쓰는 분은 우리 아버지다.
지하철에서 줄줄이 엮어서 한타스나되는 분량의 칫솔을 단돈 천원에 파는 그런 제품을 고집하며 쓴다.
다른 식구들은 그걸로 닦아보니 영 잇몸이 션찮아지는걸 느끼고 기피하는데 아부지는 본인이 샀다는 책임감때문인지 그걸 고집하신다.
그리고 가장 칫솔모가 거칠게 닳아서 뭉개져있다.
이만하면 바꿔줄때가 훨씬 지난 모양샌데 어쨋든 아버지의 자린고비정신이 묻어있다.
그런데 그 뭉개진 모양을 보면 참 희한하다.
꼭 바바파파가 걸어가고 있는 모양인데 어떻게 닦으면 그렇게 한쪽으로 더 뭉개져서 닳는지 신기하다.
그리고 유독 칫솔모의 머리부분이 닳아서 벌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는건 우리 엄마 칫솔이다.
이것도 어떻게 닦으면 이렇게 머리부분만 닳는지 궁금해 진다.
그리고 주상욱 칫솔은 나랑 같은 칫솔인데 색깔만 다르다.
이상한건 나랑 같이 사서 같이 쓰기 시작한 칫솔인데 나보다 훨씬 안닳고 깨끗하다.
뭐냐..이 놈은 양치질도 안하나.
아마 야근을 자주하는 내 동생은 회사에서 밤샘근무하면서 따로 쓰는 칫솔이 있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칫솔모만 봐도 맘이 안쓰러워 진다.
막내놈은 양치질도 터프하게 한다.
맨날 운동으로 다듬은 몸매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 놈은 양치질하면서도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구석구석 근육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닳은 부분이 균일하다.
그럼 남는 또 하나의 칫솔은 뭐지.
우리 식구는 다섯인데 항상 칫솔통에 보면 남는 칫솔이 한개 이상 있다.
물어보면 아무도 그 칫솔의 정체를 모른다.
이전에 쓰던걸 안버린것도 아니고 누가 우리집에 놔두고 간것두 아닌 아무도 모르는 칫솔이 꼭 칫솔통에 담겨있다.
우리집에 이닦는 유령이 사나.
아무튼 그렇게 여섯개의 칫솔이 칫솔통에 담긴 모양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왠지 가슴이 애틋해졌다.
왜 가족은 가족으로 만났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선택되어진것도 아니고 선택한것도 아닌 신의 섭리처럼 어느날 만나져서 식구라는 이름으로 한솥밥을 먹는 단체.
그리고 같은 칫솔통을 쓰는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