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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지하철 껌팔이 할머니   카테고리가뭐야
조회: 2531 , 2003-01-16 18:08
난 동정심에 사치가 많은 사람이다.

티비에 나오는 불쌍한 사람, 친구중에 불쌍한 사람, 길에서 마주치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지나치리만치 나의 상상력을 보태서 불쌍히 여기면서 가슴아파한다.

이게 사치인 이유는 그렇다고 내가 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하는게 없기 때문에 사치라고 생각하는 거다.

불쌍한 사람은 이유없이 나를 죄인처럼 만든다.
그들이 존재하는것만으로 난 마치 죄인처럼 마음이 답답해지고 내가 누리는 모든 혜택들이 죄송스럽구 죄책감이 든다.

내가 궂이 그들을 위해 하는거라면 내가 뭔가를 누릴때 맘에 죄책감을 함께 갖는다는거다.
그러다가 못견디면 동전 몇개로 쪼금 달래본다.

하지만 어쩔땐 내 이 동정심이 나의 재산이고 아직 따뜻한 맘이 아닐까라고 자위해 본다.
세상은 점점 무감각한 인간을 제조해가는 공장같다.

돈을 찍고 자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공장을 가동시킨다.
그럼 충실한 돈찍는 노예가 되어 기타 방해되고 귀찮은 감정들을 무감감하게 둔화시킨다.
그런데 반해 내 동정심섞인 걱정은 최소한 내가 무감각한 인간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한다.

날씨가 추우면 노숙자들이 괜히 걱정이다.
오늘도 밤에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겠지..라고 혼자 따뜻한 침대에 누워 괜히 미안해 진다.

티비 뉴스에 나온 기구한 사연의 범죄자얘기는 계속해서 그 사람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를 나혼자 곱씹게 만들고 지하철에서 계속 만나던 소년 앵벌이가 안보이면 괜히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러나 늘 이런 맘을 갖고 산다면 난 길을 다니지도 지하철을 타지도 못할거다.
괴롭고 힘든 상황은 당연히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자연히 무감각해진다기 보다는 억지로 나를 무감각하게 외면하는 모양으로 그나마 내 고통을 줄여본다.

그래도 난 돈도 못버는 백수건달 주제에 몇백원이라도 적선을 하거나 굶는 아이에게 김밥과 떡볶이를 사준다.

추운날 노점할머니들 보면 내 집으로 모셔 오고 싶은 맘이 막 든다.
그런 할머니들이 제발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팔면 좋겠다.
그럼 난 분명히 그 물건을 산다.
그러나 어디 먼길은 가야되고 그 할머니 앞에 놓인 마른 시레기더미는 내가 살만한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만 놓고 가면 거지취급하는거 같아서 그러지도 못하겠다.
그럼 내내 찝찝하고 괴로운 맘을 품고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스트레스다.
귀찮고 괴롭다.

그러나 난 걸음을 더할 수록 또 모퉁이를 빨리 돌 수록 그 생각으로 부터도 곧 해방될꺼다.
내가 걱정한들 그것도 길가다 느끼는 행인2 정도의 동정심 이상이 아니다.

어쩔땐 내가 지하철 걸인에게 동전을 주고 보내는것이 내 맘의 고통을 덜려는 일종의 판매행위가 아닌가 생각해봤다.
난 저 걸인으로 부터 죄책감을 더는 약같은걸 돈 주고 사는거다.
그럼 약간의 해방감을 느낄테니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봐도 말이 안‰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