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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인연이 아닌 것을   2003
추워잉 조회: 2902 , 2003-10-29 05:15
바람이 무척이나 많이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한바탕 지나갔단다.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자버린 나.

생각해보면 매일이 행복투성이다.
도시락싸가서 칭구들과 맛있게 냠냠할 수 있었던 것.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
공부하고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집에는 따뜻한 기운과 놀아줄 TV가 있다는 것.
그리고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있다는 것.

너무나 원초적인 것에 행복을 느끼는 건가..?

분에 넘치는 큰 것에 기뻐하고 행복에 겨워하며 예고없이 닥쳐올 불행을 생각하기보다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 부담없이 행복을 느끼고 싶다.

사실 오늘은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를 한대 놓치고 다음 버스를 탔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창밖 풍경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제 그늠에 관해 쓰는 일기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인연이 아니었지만 틀린 판단에 대해 자꾸만 생각이 났고 안타까움에 미련없이 모질게 버리지 못했었다.
이런 날 문득문득 생각이 나버리니..나는 틀렸다.
3년이란 시간은 긴 것도 아니지만 짧은 것도 아닐진대, 나는 역시 아직은 현명하지 못한거다.
앞으로 내 손을 잡아줄 사람과는 집으로 가는길 외에 아름다운 길들을 오랫동안 걷고 싶다.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어두껌껌한 방에 누워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만가지 잡념이 드는 것.
사념에 잠기는 것도 좋을 것같은데 나는 뭐가 그리 불안해서 이렇게 사람냄새 찾아 여기까지 온걸까

네게는 사람냄새가 그리운 날이 없니?

조용히 숨쉬는 소리.
옷이 살며시 바스락 거리는 소리.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소리없이 웃는 소리.

사람냄새가 그립다기보다 스쳐지나가는 기억에 사무치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