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에 치명적인 바이오필름
가장 흔한 치과질환인 충치와 치주염의 원인은 바이오필름(Biofilm)이라는 아주 독한 녀석이다. 바이오필름이란 치아에 붙어있는 수백만 마리의 세균 덩어리를 이르는 말이다. 바이오필름은 고체와 액체의 경계면이라면 어디든 쌓이는 성질이 있다. 시냇가의 바위 위에 생기는 미끈미끈한 코팅을 연상하면 된다. 치아가 고체의 역할을 하고 침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액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이오필름은 자기들끼리 뭉치면서 점점 군집을 이룬다. 세균끼리 서로 대화를 하면서 윗니와 아랫니에 걸쳐 세균 아파트를 형성할 정도이다. 바이오필름은 서로 다른 6종 이상의 세균이 모여서 일종의 작은 생태계를 형성한다. 계속해서 양분이 공급되고 습도와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바이오필름은 점점 강력해진다.
과학자들은 인체 내에서 치명적인 군락을 형성하는 박테리아가 화학성분을 이용하여 서로 교신함으로써 더욱 강력해지며 치유가 어려워진다고 최근〈Science〉지에 경고했다. 세균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더 단단해져 제거도 어렵고, 서로 뭉쳐있기 때문에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필름은 치아나 보철물, 임플란트(인공치아)의 씹는 면의 요철, 치아와 치아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의 좁은 틈에 형성된다. 결국 입안 어디든 바이오필름의 공략 대상이 되는 셈이다. 바이오필름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 독성 물질이 생겨 충치와 잇몸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번진다.
치아 교합 면이나 인접 면에서 세균이 산성 물질을 생성해 치아의 무기질을 녹이면 세균이 치아 내부로 침투해 충치와 치수염을 일으킨다. 충치가 생긴 치아를 치료한 뒤 보철을 해도 관리가 소홀하면 보철 내에 있는 이가 썩게 된다. 임플란트 주위에도 바이오필름으로 인해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긴다. 금속이라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세균이 만들어 내는 휘발성 황화합물들 때문에 입냄새가 나기도 한다.
건강한 잇몸은 연분홍색으로 치아와 단단히 붙어 있다. 하지만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긴 세균 덩어리인 바이오필름을 칫솔질로 제거하지 못하면 서서히 딱딱한 치석으로 변화하고, 독성 물질이 잇몸을 자극해 염증이 생긴다. 그로 인해 잇몸 끝이 치아에서 분리되기 시작한다. 그 사이로 음식 찌꺼기와 세균이 들어가서 잇몸이 빨갛게 붓고, 칫솔질할 때 피가 나게 된다. 심하면 고름이 나오고 잇몸뼈가 녹아 치아를 뽑아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이오필름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오필름의 완전한 제거가 상당히 어렵다. 어떤 세균류의 유전자에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기능도 있다. 필름 내부에 이러한 세균이 한 종류라도 있으면 항생제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한다. 칫솔질이나 스케일링을 해도 세균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물질이 다시 세균과 결합하여 보호막을 형성하여 증식한다.
평균적으로 약 3개월이면 세균이 성숙하여 독성을 내는 세균의 수가 증가하므로 3개월마다 치과를 찾아 검진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바이오필름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으나 깨끗하게 닦고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해 세균의 수를 줄여야 한다. 잘 닦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세균은 줄일 수 있다. 입안에 어느 정도의 세균이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세균이 너무 많으면 치아에 영향을 미친다. 입안의 세균이 적다 하더라도 병을 유발하는 악독한 세균이 있으면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치석과 플라그, 바이오필름은 어떻게 다른가. 세균 덩어리인 바이오필름이 치아에 자리잡으면 그 위에 음식물찌꺼기 등이 쌓이면서 플라그가 생긴다. 플라그가 두꺼워지면서 딱딱하게 변한 것이 바로 치석이다. 플라그와 치석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바이오필름부터 처치해야 한다. 바이오필름은 자기들끼리 결합하면서 점점 커지는 매트릭스 기질이 있으므로 평소 칫솔질을 잘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바이오필름 예방법
-칫솔질과 치실로 구강 내에 세균의 영양이 되는 음식물 찌꺼기가 남지 않게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석과 칫솔이 닿지 않는 부위의 플라그를 제거해야 한다.
-칫솔을 치아와 잇몸에 45도 각도로 기울여 칫솔모가 그 사이로 들어가게 한 후, 미세한 진동을 주면서 짧게 앞뒤로 움직여야 한다. 이 때 칫솔이 치아 사이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로 크게 움직여서는 안된다.
-바이오필름은 임플란트도 공략하므로 정기점검을 받아야 한다. 임플란트를 잘 닦아서 바이오필름을 제거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임플란트 주위의 뼈와 잇몸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임플란트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서종진 이오치과 원장 (치의학 박사. 전 연세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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