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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 영감 웅덩이에 미꾸라지 잡던날/조선일보 인터넷판에서 펌   주소록
조회: 2616 , 2004-01-11 16:58
양철 영감 웅덩이에 미꾸라지 잡던날  

온 세상이 꽁꽁 얼어서 며칠째 추녀 끝에 달린 고드름조차 녹아내리지 못하던
그해 겨울은 무명바지에 양말 없이 신은 검정 고무신처럼 춥고 배고픈 시절 이였다.
만운(晩雲)동 동편에 동이 트면 이집 저집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아침밥을 하므로 야산 골골이 옹크린 초가 지붕위로 연기들이 올라와 마을을 엷은 청색으로 채색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침만큼은 집집마다 당당하게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드물게는 아침부터 연기가 굴뚝에서 솟아오르지 않는 집은 곡기가 떨어진 그런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다들 집집마다 연기 올라오는것을 다행 스럽게 생각했다.
굴뚝에 아침 연기가 피어오르면 연기 색 갈로 쉽게 그 집의 형편을 가름 할 수도 있던 그런 시절이다.
벼 집 연기나 장작불 연기가 아니고 시커먼 청솔 연기가 오르는 집은 대체로 가난한 집이다.
그저 자기 산이나 논밭에 나오는 땔감 없으니 그저 남의 눈을 피해 산에 올라서 몰래 시퍼런 청솔을 조선낫으로 찍어서 아궁이에 처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 집 왜낫은 가볍고 엷으나, 가난한 집의 조선낫은 무겁고 투박했다.  

청솔을 태우면 검은 바탕에 휜 연기가 오르고
마른 삭다리(마른가지) 나무를 태우면 엷은 청색 연기가 올랐다.
벼 집을 태우면 희고 노르스름한 연기 오르고
솔 작장을 태우면 재색 빛 희므그레한 연기가 올랐다.
참나무 종류를 태우면 희고 맑은 연기가 굴뚝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데
칠구 녀석이 사는 무내미 골
택상, 진환이사 사는 잿골,
봉구 네가 사는 숫시영 골,
재호, 정래가 사는 원 뜰 마을에
고만 고만한 황토 벽돌집들이 서너 집씩 자리를 트고 굴뚝에서 곰실곰실 연기를 올렸다.
어느 정도 연기가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가지 아니하고 옆으로 슬금슬금 퍼지는데 까치들이 우는 앙상한 느티나무 꼭대기 까지 연기가 엷게 퍼져서 마을은 그저 바람한점 없이 연기에 포근하게 덥혀서 자연히 겨울 아침은 하늘이 얕았다.
추운 겨울이 얼마간 지속되면 해마다 산골 논 한쪽에 있는 물웅덩이도 얼음이 얼고 그 후 몇 주 계속 겨울 가뭄이 시작되면, 자연히 웅덩이 얼음 아래쪽에 물이 줄면서 이미 얼었던 얼음이 스스로 무게를 지키지 못하고 쩍쩍 갈라져 있었다.
그때가 되면 오일 장터에서도 동해안에서 잡혀서, 왕소금을 뒤집어쓰고 줄줄이 새끼줄에 매달려 있는 호메이 고기(호미처럼 굽었다하여 호메이 고기라 불렀지만 본명은 “양미리”다)
가 장터에 등장하고, 살림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사와서 화롯불에 꾸워 먹거나 아니면 무우 성성 썰어서 시원한 무우 국을 만들어 먹었지만 없는 사람들은 그저 입안에 몇 달째 고기 구경 못하던 시절이라 여기저기 천수답 논에 있는 물웅덩이를 뒤져서 미꾸라지를 잡아먹었다.
웅덩이도 각자 임자들이 있어 함부로 주인 허락 없이 잡지를 못하기도 하였다.
꽁꽁 언 얼음장을 쇠도끼로 쿵쿵 소리 내면서 얼음을 으깨어 낸 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물을 퍼내고 누렇게 살진 미꾸라지를 버지기로 잡아내어 미꾸라지 탕을 해 먹었는데
유독 마을에서 제일 부자 집 양철 영감 댁 웅덩이는 벌써 몇 해째 아무도 건드리지를 못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양철 영감 웅덩이 미꾸라지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들도 빈 겨울바람이 씨웅 거리며 지나는 골목에 모여서 배고픈 표정으로

“바람 골 양철 영감 웅덩이는 미꾸라지가 억수로 많다!”
“진짜?”
“그럼 억수로 많다, 만약 물 퍼내고 잡으면 미꾸라지를 도라므통으로 잡을끼다!”
“그럼 마을 사람들 전부 배터지게 추어탕을 끓여 먹겠다.”

쪼르륵 배꼽이 토하는 배고픈 소리는 구수하게 끓여낸 미꾸라지 탕 꿈을 꾸고 있었다.
특히 논이 없는 칠구는 기침병으로 몇 년째 몸져누워 있는 어메를 위해 보양에 좋다는 겨울 미꾸라지 한사발이 꿈 이였고,
정래도 할매가 워낙 민물고기를 좋아하니 여름에는 나름 되로 냇가에서 새우나 피래미라도 잡아서 끓여 드렸지만 겨울이면 당체 고기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이라서, 어디 논 웅덩이 얼음장 밑에 살이 통통 찐 미꾸라지 한 사발 잡아 집으로 갖고 갔으면 하는 헛꿈이 있었다.
그러니 자연히 햇살내리는 담벼락에 옹기종기 쪼그리고 않아서
먹을 것이 부족하니 미꾸라지 이야기만 해도 애숭이 눈들이 반짝 반짝 빛났다.
마을에서 제일 부자 집 양철 영감님은 쌀이 많으니 굳이 자기 논 웅덩이에 미꾸라지를 잡지 않아도 되었다.
원래 택호가 대산(大山) 이였지만 아래 머슴들에게 늘상 고함을 날카롭게 지르면서 일을 시키므로 모두들 택호는 안 부르고 그냥 “양철 영감쟁이” 이라고 불렀다.
그런대 그 양철 영감님 논에 물이 잘나고 제법 큰 웅덩이가 있었다.
벌써 몇 년째 고기를 잡은 적이 없어서 이구동성으로

“양철 영감 웅덩이에 고기가 많다!” 카면서 아이, 어른 구분 없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성질이 고약하고 사나워 마을 사람들 중 아무도 그 영감님 웅덩이에
미꾸라지 잡을 엄두를 못 내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모두들 암시영골 못에 가서 멱을 감았는데..덜컥 기연이 여동생 기숙이가 수영 미숙으로 빠져 죽은 후 아이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고 그저 논 가운데 있는 물웅덩이에서 멱을 감았다.
지난여름 가물었을 때에 마을 모든 웅덩이에 물이 말랐다.
아이들이 더 이상 멱 감을 웅덩이가 없어지고 유일하게 물이 잘나는 양철 영감 웅덩이만 맑은 물이 넘쳤다.
더위를 못 이겨 그 웅덩이에 얼씬거려 보았지만 감히 웅덩이에 옷 벗고 풍덩 뛰어 들지 못했다, 왜야하면 별난 양철영감에 지레 겁먹고 있었다.
며칠째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자

“에라 산수 갑산을 가더라도 우리 양철 영감 웅덩이에 멱 한번 하자!”
칠구가 앞장서고 정래가 맞장구치고......마을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가
홀딱 벗고
첨벙 첨벙 ,
어푸어푸!~ 신나게 멱을 감고 노는데 어디서 동네 떠나갈듯

“야 이놈들, 거기 섰거라!

일성호가와 함께 지게 작댕이를 들고 양철 영감이 달려오는 바람에
미처 옷도 못 입고 발가벗은 체로 칠구, 봉구, 진환, 택상, 명희, 해원이, 정래, 말 못하는 창이까지

“어이쿠 하나님, 걸음아 날 살려라!

논길을 가로질러 도망을 갔다.
마구 흙탕물을 줄줄 흘리면서 도망가는 꼴이
마치 날카로운 부리를 앞세워 덤벼드는 송골매에 놀란 닭 병아리 새끼들이다.
아이들은 헉헉거리며 옷도 못 입고 도망을 갔었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올 누드로!
사타구니에 하나씩 단 작은 청양 고추?를 바람에 열심이 휘날리면서
논둑을 타넘고,
같은 반이였던 태희네 콩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하필 태희 지지바가 콩밭에서 도망가는 아이들을 처다 보는 기라!
꼴에 고추 하나씩 달았다고 뛰면서도 한손으로 고것을 가리고 헐레벌떡
붉은 황토가 나는 바람 골 산등선까지 단숨에 겁먹고 도망친 적이 있다.
그 후 어쩌다 양철 영감이 골목에 나타나면 우리들은 후다닥 도망치거나 담 뒤에 숨어 버렸고 우리가 멱 감다가 혼줄이 난 그 웅덩이에는 옷나무 가지가 수북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또 목욕 할까봐, 그곳에 손만되여도 옷이 오르는 붉음 반점이 흉칙하게
그려진 옷나무를 양철 영감님이 웅덩이 안에 처박아 놓아서 감히 그 웅덩이에
또 다시 멱 감을 엄두를 못내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양철 영감쟁이 참으로 모질다!" 그런 흉이 돌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언젠가 양철 영감 웅덩이를 보복성 뛴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즉 몰래 물을 퍼내고 미꾸라지를 삭그리 잡아 버리자는 당돌한 계획이였다.
진실로 그때는 참새 한마리만 잡아도 신이 나서 코를 질질 흘리면서 흥분해서
“할매 나 참새 잡았다!
고래고함을 치면서 집으로 갖고 오던 시절이다.
그만큼 본능적으로 부족하던 담 백질을 찾아 ,붕어, 잉어, 미꾸라지, 꿩, 노루 새끼, 토끼, 참새, 너구리, 같은 육류를 두 눈 말똥거리면서 찾아 다녔고
함박눈이 온천지를 덮으면 뒷산에 몇마리 없는 산토끼 잡으로 떼거리로 몽두리 들고 설쳤었다.
그러니 양철 영감님 웅덩이에는 물만 퍼내면 도라므통으로 한통은 족히 나올것이라는 말에 애숭이 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 이였다.  
겨울이 오고
눈도 날리고
논 웅덩이에 얼음이 쩍쩍 갈라질 무렵.
읍내 오일장에 흰옷 입은 마실 사람들이 하나 둘 돌 고개를 넘어 가고 있었다.
우리는 버드나무가 많은 양철 영감님 논 천방 뚝 아래 모여 들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 한 것을 오늘이야 실행 하고 져 모인 것이다.

양철 영감 읍내 장 갈 때 양철 영감 웅덩이 물을 퍼내고 그 안에 있는 미꾸라지를 마카 다 잡자는 계획이다.

“오늘 양철 영감님 웅뎅이에 있는 미꾸락지 마카(전부) 다 잡자!“

늘 칠구 녀석이 큰소리로 앞장을 섰다.
“안된다, 만약 미꾸라지 잡다가 들키면 혼줄 난다” 겁 많은 봉구는 또 엉거주춤 반대다.
“야이누마야 영감쟁이 장에 가고 없을 때 웅덩이 물푸자카이”
“그 웅덩이는 물이 잘나서 하루 종일 퍼야 할끼다!”
택상이는 아무래도 그 웅덩이에는 물이 잘 나는 것이 걱정이다.
물이 잘나면 아무리 잘 퍼내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것에 겁을 먹었다.
그랬다,
양철 영감님 웅덩이는 물이 잘나는 웅덩이로서 결코 쉽게 미꾸라지를 잡아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 웅덩이다.
드디어 양철 영감이 흰 도포자락을 날리면서 돌 고개를 넘어 읍내 장터로 사라지자
우리는 찬방 둑을 납작 엎드린 자세로 살금살금 기어서 양철 영감 웅덩이로 몰려갔다.
봉구네 똥 푸던 군인 철모,
칠구네 양재기
해원네 미제 깡통으로 만든 물 두레박
정래네 할배가 도라므통 망치로 두둘겨 만든 소죽솥 바가지.
둘이서 맞잡고 웅덩이 물 푸는 택상이네 물바가지.
명희네 (명희는 남자다)삽자루
그 외 곡 갱이, 망치 등을 들고 양철 영감 웅덩이에 꽁꽁 언 얼음을 깨지 시작 했다.
그날은 말 못하는 벙어리 창이도 동참 하였다.
우리는 그에게 망을 세울 작정 이였다.
벙어리 창이는 말은 비록 못하지만 한 밤에 개구리 참외서리 갈 때는 어두운 밤 건너편 사람 움직임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타고난 재주도 있었다.
모두들 가능한 양철 영감님이 읍내 장터에서 돌아오기 전에 해치워야 하므로 서둘렀다.
얼음을 걷어내자 두 키는 넘는 웅덩이에 물이 제법 많았다.

“물이 너무 많다, 양철 영감 돌아오기 전에 빨리 푸자!‘

각자 웅덩이에 거꾸로 엉덩이를 들여 밀어 놓고 물을 퍼내기 시작 했다.
손이 시리고 발가락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너무 손발이 추워서 개울가에 나무 가지를 갖고 와서 걷어낸 얼음장 옆에 불을 피워 교대 교대로 불을 조금씩 쬐고 손 비비면서,헉헉되면서 서둘러 물을 퍼내었다.
모두들 까무잡잡한 소학교 5-6학년 또래의 못먹어 비쩍 마른 애숭이 들이였지만 매일 시오리 길을 달각거리는 책보자기를 메고, 들고 뛰면서 학교를 다녔고 웬만한 농사일도 거들었기 때문에 바늘로 찔러도 피한 방울 아니 날 전부 야무진 꼬마 들이였다.
웅덩이 물은 겨울인데도 잘 났다.
7명이 열심이 번갈아가면서 물을 퍼내어도 끝이 없었다.
한 두 시간 물을 푸고 나니 이제야 웅덩이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때다.
봉구넘이 소리 쳤다.

“야! 미꾸라지다!”

미꾸라지 이였다.
살이 통통 오른 누우런 미꾸라지 이였다.
웅덩이 안에 무너지지 말라고 소나무를 얼기설기 걸쳐놓은 것이 있는데 물이 줄자 그 사이에서 동면하던 살이 통통한 미꾸라지 들이 기어 나왔다.

“야 이누마들아 다 물 빠지면 가재만 나오는것이 아니라
미꾸라지도 맹-엥 나오게 되어있다” 흥분한 듯이 택상이가 소리쳤다.
“야 크다!”
“어휴 징그럽게 길다”
“임마 니 고추보다 길다”
“자아식 니꺼는 새끼 미꾸라지보다 더 작으면서!ㅎㅎㅎ.
“야 여기 붕어도 있다”
바닥은 물렁물렁한 진흙으로 되어 있어 무척 발이 시리고 따가웠지만 미꾸라지가 꿈틀거리면서 기어 나오니 아이들은 신이 나서 히히 거렸다.
“야 봉구야 빨리 퍼 담아라!”
“야 메기도 있다!”
“어디 어디...와! 메기 크다 잡아라!‘
조금 남은 물속에서 큰 메기가 큼 틀 거렸고 우리는 추운 것도 잊어버리고 한겨울을 푸다닥 거리면서 싱싱하게 훔치고 있었다.
“야 이렇게 많은 고기 처음 본다”
“고기도 부자 논 웅덩이에 더 많은 갑네..히히,히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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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에.... 정초 새벽에 일어나 글 쓰는 나도 기분이 좋으니
엉터리 들메기 즉흥 어요(魚謠) 한수라도 적어보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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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흐흐
히히 흐흐
아후 오동통통 살 미꾸라지
다후 양철 영감 웅덩이 논 미꾸라지야
흐흐 히힛 희힛
흐흐 히잇 휘잇
아이구 좋아라!
울매나 좋으면 입이 다 벌어지네
미꾸라지
미꾸라지, 미꾸라지가 천지 삐깔이다(많다는 말).
동짓달 살 오른 미꾸라지야
오통통한 논 미꾸라지야!
지난여름 내내 이 논바닥에 헤집고 다니면서
방개 꽁지도 물어보고
메뚜기 뒷다리도 물어보고
올미도 먹어보고
올챙이도 후려보고
미나리도 뜯어먹고
소금쟁이도 시식 허고
뭉게구름 뜬 나락 논에 枕水高臥 하다가
흰 백로 너를 찾으니 화들짝 놀라 도망치고
살이 통통 올라 긴긴 동짓달 月侵 寒閑 하지 않겠오만
산골이 깊어 먹을 것이 귀하니
동면하는 자네를 깨운 것은 참으로 미안하네
울어메, 울할매 동지섣달 보양으로
큰 물통에 담아서 왕소금 후려치면
퍼들 쩍 놀라서 요란 떨지 마시옵고
부디 不可就惡 하지 마시게나.
자네 덕에
평소 육식 좋아하는 정래네 할매도
무우청 시레기를 넣고 푹 고아낸 미꾸라지 탕을
원도 한도 없이 드실 것이요.
기침병으로 몇 년 째 누워 계시는 칠구네 어메도
통통한 미꾸라지 탕으로 원기를 찾을 것이요
모친 없이 자라면서 이 긴 겨울 멧고기(멸치) 한 마리 못 먹고
사는 봉구넘도
늙은 숙모와 함께 방구들 무너질 때까지 포식 할 것이야!
그러니
그저 오늘 우리들에게 잡히는 것은 부처님 공덕보다
더 큰 위인의 好事로 생각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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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창이를 천방 둑에 혹시 양철 영감이 장에서 일직 돌아오는지 망보게 세워놓고
정신없이
태어나 가장 신나게,
진흙도 즐겁게 뒤집으면서 누우런 미꾸라지를 잡아서 양재기 가득이 담을 때쯤이다.

갑자기 창이가

“어버버잇!”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말을 못하지만 어버버 어버버 소리 정도는 한다.
창이가 소리치는 바람에 웅덩이 안에서 흙탕물을 뒤집어 써가면서 미꾸라지를 잡던 우리들은 가슴이 덜컹 했다.

“무슨 일이얏! 양철 영감 오나?”

택상이가 두 길이나 넘게 깊은 웅덩이에서 후다닥 튀어나와서
돌 고개 쪽을 보자 아이쿠 이럴 어쩌나!
양철 영감님이 자전거를 타고 고개를 넘어오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 양철 영감님은 먼저 장날 자전거 수리를
맡긴 것을 찾아서 서둘러 돌아오는 중이였다.

“우짜노?

봉구가 울상으로 겁먹은 듯 들고 있던 물바가지를 탁! 놓으면서 말했다.
고기를 한참 잡는 순간 아닌가?
하필 이때 양철 영감이 장에서 돌아 올 것이 무엇인가?

“야 빨리 챙껴라! 무조건 도망쳐야 한데이”

소리통이 제일 큰 정래가 소리를 질렸다.
철모,삽 두 자루, 곡갱이 하나, 세세랑 한개,...서둘러 들고 웅덩이에서 나올려 고 하는데
창이가 다급하게
“어버벗 어버벗”
소리를 연신 질렷다.
문제는 칠구네 양재기 이였다.
이미 그 큰 양재기에는 미꾸라지니 논 붕어들이 가득한데 무거워서 들고 웅덩이 밖으로 들고 나올 수가 었다.
설사 들고 나온들 그 무거운 것을 들고 도망 갈 수도 없었다.
일단 양철 영감이 못보고 지나갈 수도 있으니 도망 쳤다가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허두지둥 웅덩이에서 기어 나와서 천방 뚝 쪽으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우루루 도망을 치는데..... 지난 여름 멱감다가 도망치던것과 똑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이게 무슨 꼴인가?
야 철모 잘 잡아라!
택상 니는 곡개이 꼭 들고뛰고,
물바가지도 들었나? 빠진 것 없나?
도망가면서도 우리는 서로 꼴지 아니 하려고 연신 뒤돌아보면서 도망을 치는데......
우이-씨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우리를 발견한 양철 영감님이 논길을 횅하니 가로질러 쫓아오는데 금방이라도 우리들이 잡힐 것 같았다. 역시 자전거가 빠르다.
“야 이넘들아 거기 안설래!
고함소리가 마치 양철 째지는 소리보다 더 날카롭게 들렸다.
아이고 할매요, 걸음아 날 살려라!
헉헉 씩씩 헉헉 씩씩
큰일 났네, 우리는 우짜노!
잡히면 정말로 반 죽었다아-아 !
겁먹은 아이들이 울상으로 도망하는데 급기야 본시 정래보다 더 띨띨한 봉구넘이 그만 철모를 안고 뒤뚱거리며 뛰다가 나무뿌리에 걸려서 훌러덩 넘어 졌다.

“아이고 내 철모 바가지!

하면서 일어서서 되돌아서는데 그만 양철 영감님에게
메가지(목아지)가 잡혔다.

“네 요넘들아!”

허겁지겁 도망가던 우리들은 봉구넘 잡히는 모습을 보고 가슴 콩당 거리며 엉거추춤 하는데 양철 영감님이 웃으시네......어? 저 영감님이 웃네.......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우이-씨 우째 된 것인가?
겁먹은 봉구넘은 바지춤에 흙물을 질질 흘리면서

“어런요 잘못햇니이더어 한번반 봐 주이소!”

두 손을 파리 앞다리 부비 듯이 잡고 빌었다.
봉구넘이 거의 울음 터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런대

“울지마라 봉구야 괜잖다”

엉? 이게 무슨 소리인가?
괜 잖다고?
이게 무슨 해가 서쪽에 뜰 일인가?
양철 영감이 금방이라도 울음 터트릴 것 같은 봉구를 달래면서 바지까지 털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엉거주춤한 우리들을 보고

“너들 도망가지 말고 일루 전부 온나! 내 안머라칼낀게 미꾸라지 잡던 것 계속 다 잡아 가거라!”

이게 무슨 달이 서쪽에서 뜰 일인가?
또 말했다.
“야들아 너거 괜 잖다, 다 일루와서 고기 다잡아서 골고루 나누어 가거라!”
“어르신 진짜 잡아도 돼요?” 칠구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다시 물었다.
“어른요 우리 사실 아픈 칠구 어메한데 미꾸라지 탕 해줄랏고 잡았니이더어”
얼른 해원이가 칠구 어메를 들먹였다.

“그래 다 잡아라! 잡아서 칠구 어메 한데도 주고 정래 할매 한데도 줘라, 괜 잖다”

평소 양철 영감님이 아니 시였다.
아마 장에서 무엇을 잘못 드신 모양이라 생각 할 정도이다.
우리는 내심 믿을 수 없는 양철 영감님 허락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웅덩이 안에 양재기통에 가득히 잡아놓은 미꾸라지를 생각하니 그래도 내심 얼씨구 좋다! 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배곱도 그 순간은 희죽이 웃었을 것이다.
자꾸 물이 솟아오르는 웅덩이라서 조금 있으면 물이차서 그동안 잡아놓은 미꾸라지가 다 도망 갈 것이다.
그래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이들은 슬금슬금 양철 영감님을 곁눈질 하면서 웅덩이로 다가가서 다시 한번 양철 영감님께 물어보고, 양철 영감님 허락을 믿고 그제야 안심하고 웅덩이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빨리 미꾸라지를 건져 나올려고 이번에는 벙어리 창이도 웅덩이에 들어갔다.
까투리 복상만한 머리통에 흙 분탕 칠을 한 고만 고만한 우리 7명이 모두 웅덩이에 들어갔다.
그때다.
자전거를 논둑에 세워놓고 잠잠히 아이들이 웅덩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양철 영감님이 벌 덕 일어나시어

“야 요놈들! 꼼짝마라!”

하고 소리를 지르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속았다.
그러면 그렇지!
천하에 인정머리 없으신 양철 영감이 저거 웅덩이에 미꾸라지 잡으라고 허락할 어르신이 아니지!
괜 잖다, 고기 계속 잡어라! 인정스럽게 말한 것은 도망가는 우리를 한손에 잡으려고 괘를 쓴 것이요, 일종의 조조 같은 양철 영감 계략 이였다.
우리가 몽땅 웅덩이 안에 갇히게 되었고 추위와 겁먹은 얼굴로 덜덜 떨고 있었다.
양철 영감님은 우리들의 도구를 몽땅 매몰차게 웅덩이에 처박았다.

“내 요넘들아 너거 애비가 시키드나 너거 어메가 시키드나 남의 논에 미꾸라지는 왜 함부로 잡고 그러노 요넘들아!

양철 영감님 고함 소리에 꼼짝없이 웅덩이에 갇힌 봉구는 계속 울음을 징징 터트렸고,
모두들 양철영감님 호령에 겁먹은 얼굴로 덜덜 떨었다.
결국 우리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급기야 울고, 불고 한 후에 겨우 춥고 물차오르는 겨울 웅덩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양재기,곡갱이,삽이니, 물푸던 철모니 몽땅 웅덩이에 수장하고 미꾸라지도 고기통도 횅하니 양철 영감님이 물차는 웅덩이에 엎어 버렸다.

“아이고 미꾸라지!”

온통 무명바지에 진흑 투성인체로 허망하게 마을로 돌아오는데 갈림길에서 헤어져 힘없이 돌아가는 가는 칠구 넘을 보니 그저 마음이 아팠다.
몇 년째 누워 있는 어굴 새까만한 칠구 어메도 떠올랐다.
정래도 그저 꼼틀거리는 한바가지 미꾸라지를 들고 마당에 들어서면서

"할매, 할메에이! 나 미꾸라지 잡았다!

고함치리라던 꿈도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날 그 추운 날 미꾸라지 잡다가 들켜서 웅덩이에 처박았던 도구들은 그 다음날 칠구네 아부지, 창이네 어메, 모두들 양철 영감님 집에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은 후, 긴 빨래 장대로 웅덩이 물속에 수장 되었던 것을 모두 건져 왔다.

그 후 우리는 그 별난 양철 영감님을
영철 영감이라고 부르지 아니하고 “양재기 영감님” 으로 부르기 시작 했다.
그 엄동설한에 덜덜 떨며서 우리가 잡았던 미꾸라지 한 양재기를 몽땅 엎어버린
것에 대한 섭섭함으로 "양재기 영감님" 으로 불렀다.
이제 그 별난 양재기 어르신도 세상 뜨셨고
그 많던 미꾸라지들은 농약으로 사라져 갔지만
아직도 그 웅덩이는 우리 고향에 그대로 있고 그날 다급하게 "어버버잇!하고
소리치던 창이도 그대로 고향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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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름아 구름아 하는 넘이 고향 앞 논에 얼음 갈라지는 웅덩이를 보고
2004년 초 이튿날 새벽에 글을 적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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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맞나는 세상 이야기 가족 여러분!
새해를 맞이하여 가내 두루
평안 하시고
올해도
천참도
별참도 없으시고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 합니다.

조 정래 배상.  


양철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