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적(五賊) - 김지하 담시선집
원작 : 김지하 창작 : 임진택
1 창작판소리...『오적』
첫째대목 - 당시 사회적 배경과 오적에 대해 개괄하는 대목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북을치되 쫌스럽게 치지말고 이렇게 치렸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머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고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죽
남북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 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재벌), 국회의원(국獪의猿)
고급공무원(고급功無猿), 장성(長猩), 장차관(暲차관) 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 둘째마당으로 계속..
2 창작판소리...『오적』
둘째대목 - 오적들이 도둑 시합을 벌이는 대목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쌌는다.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ㅅㅐㄲㅣ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 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별탈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 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상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