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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아기   카테고리가뭐야
조회: 1989 , 2004-02-17 12:52

  

약 1분전에 내 앞에서 넘어져서 내가 일으켜 준 아이다.
아이가 어설프게 아장아장 걷다가 풀썩 넘어지면 너무 안쓰럽고 동시에 너무 이쁘다.
안쓰럼도 이쁨도 결국 귀여운 사랑스러움의 연장선이다.
난 귀여움에 너무 심한 무기력감을 느껴버리기 때문에 그 짜릿함에 자꾸 항복당한다.
귀여움을 느낄때의 기분이란건 대략 천개의 손가락에게 내 살을 살짝 꼬집힘 당한 느낌이다.
근육들이 일제히 밀도를 높히면서 동시에 턱안쪽에 상큼한 침이 고인다.
그 느낌은 행복한 무기력감이다.
그래서 아이가 넘어지면 안쓰럽지만 동시에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내 앞에서 넘어졌기 때문에 난 합법적으로 그 아이를 안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아이의 폭신한 감촉이 따뜻하게 내 두 팔에 작은 무게를 안길때 그 짧은 행복감이 사랑스럽다.
그치만 난 아이를 절때 낳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난 나를 너무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난 나를 저 사랑스런 애보다 더 아끼나 부다 생각했다.
-2004.02.14.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