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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엄마가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   2004
맑으요 조회: 2296 , 2004-04-04 03:54
내가 취업해서 느낀 점들이 나 이전에 취업한 친구들이 겪은 일이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이 모든 일이 내게만 일어난 일인양 고통스러워했다.
내가 하는 일이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해나가야 하는 일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치료의 순간이 다가오는 걸 참 고통스럽게 생각했었다.
내가 지금 보듬고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이 귀중한 자람의 순간에 아이는 얼마나 힘들 것인지
비싼 돈을 선뜻 내밀며 아이를 맡기시는 어머니의 힘든 어깨와 지친 발걸음을 알면서도
나는 내 힘듦만 걱정했다.
무엇보다 그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과연 이 방법밖에 없는지.
더 좋은 생각을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오늘은 굳이 그 먼 도시로 가있어야겠냐고.
좀 다르게 쉽게 사는 법을 선택하라는 엄마를.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엄마를.
내가 더 나약해질까 두려워 마구 다그쳤다.
지금은 비록 얼마되지 않는 돈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배우는 중이고
내가 제 몫을 해나갈 수 있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ㅎㅎ 엄마를 설득하려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

엄마...사실 나도 쉽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이건 내가 내딛은 발걸음이고
내가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리는 길이야. 이제 와서 다른 걸 선택하기엔 어렵고 시간도 아깝잖아.
얼마 해보지도 않아서 이게 정확히 나의 길인지 무엇인지 아직 나도 모르겠어.
엄마. 난 말야 나의 길을 간다기보다 내가 내딛는 발걸음,
그 앞에 놓여진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치우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찾는 행복이 발 앞에 놓여있지 않을까 해요.
그러니 엄마 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