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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내가 선택한 길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걸   2004
맑으미 조회: 2653 , 2004-04-03 03:54
어제, 그제 심한 우울증에 도피증, 약간의 대인기피증까지 느꼈다.
취업한지 한달 밖에 안되었지만 정말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없고,
온통 의문투성이에 답도 보이지 않는 물음표투성이의 세계.

누가 SLP의 세계가 평온하고 안정적이며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지..??
생각해보면 그건 다 순전히 성공한 사람들만의 현재의 성공담이지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노력한건지..그들은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았다.
수십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내가 정말 제 몫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려면
도대체 또 얼마나 생각하고 짜내고 실험해봐야하는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구 우리집에 있으면 난 내가 한 사람의 인간임을 느낀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때로 깃털같은 무게의 행복으로도 하루종일 웃으며 살 수 있는데..
이 세계에서는 내 존재감이 없다.
난 내가 정말 제대로 되어 있는 길을 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 눈 앞에 훤해지도록 방법을 좀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눈에 훤히 드러나 있는 길만이 길이 아니다.
없던 길을 내가 만들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러나 너무 어렵다.
사람을 다룬다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아직 어리고 제멋대로에 익숙해 있는 장애아동을 정상이라는 길로 인도한다는거
무엇보다 내 나약함에 치가 떨린다.
나는 왜 안되는거지.
짜내도 획기적인 치료법이 생각나지 않아..
이런 자학감과 옆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 선망감.
요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또다시 내 위에 한꺼풀을 덧씌워야만 하는 나.

어떻하면 좋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힘들텐데..나는 왜이렇지
왜 나는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위로를 필요로 하는걸까...

내가 선택한 길이면서도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주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해.
바보같은 내가 정말 소망하는건,,
완전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것.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걸어가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필요없어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아무 소용없어.
생각에 푹 잠겨서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많이 해본걸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만으론 안돼


그저 편안한 우리집 지붕 아래서 행복함을 느끼며 언제까지고 잠자고 싶어.

cavatina   04.04.03 궁금한 것

SLP가 뭔가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대충 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그 뜻이 아닌 것 같군요.

kityho   04.04.03 나약해서가아니라..!!

저도 새로운 직장을 얻어 신입교육을 받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나이 먹어서.. 어린동생들과 같이 배워야하고 사귀어야 하고.. 참 힘들지만
이곳에서 잘 버텨나가보려구여. 이젠 이곳이 아니면 갈곳이 없다는 생각뿐으로 열띠미 한번 적응해보려구요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처음엔 그랬을거듯이
저도.. 그렇게 살아보려구요 가끔 울기도 하고 도망쳐나오고 싶겠지만
쥐구멍에라도 숨고싶겠지만 부딪혀보려구 합니다 ..
누군가 그러더군요 자신이 나약해서 부족해서가 아니고 시간이 가면서
강해지는데 아직 그 시점이 안되서라구요.. ^^ 힘내세요 !!!

볼빨간   04.04.04 제목없음

cavatina님 SLP란 Speech-Language Pathologist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으나 제 경우엔 언어치료사를 뜻합니다.
밥팅님 부족하나마 제 힘 나눠드릴테니 님도 최선을 다하시길 바래요.
결국..시간이 해결해줄테지만 그 시간이 오기까지 견뎌야한다는 거.
참 잔인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인고의 시간동안 내 생각도 조금씩 커가겠죠. ㅎㅎ 파이팅.

세발이   04.04.04 좋은일하시네요 ㅎㅎ

요즘 친구가 많이 그립습니다. 그냥 뭐든지편하게 나눌수있는친구가...ㅎㅎ;
볼빤간님도 그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될수 있을것같습니다 ^^
시간남으시면 저도좀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