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전히 주찬이란 친구와는 끝나버렸습니다.
아니 시작한게 없었으니 끝도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2년 반 정도 알고 지낸 친구지만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을 모르더군요.
내가 2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도 나를 좋아할거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그 시간들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라고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게 되었는데 왜 아무 말이 없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글쎄 그냥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얼 바라는 것인지 내게 묻더군요.
바란다라...나는 갑자기 내 마음이 아주 추하게 여겨졌습니다.
나는 주찬이를 알고 지내면서 그 친구에게 무언가를 바란 적이 없습니다.
엉? 딱 한 번, 최근에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자고 졸랐던 적은 있네요.
이번에는 내가 그 친구에게 그럼 내게 바라는 건 무어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냥 항상 내 옆에 있고 싶다며
내가 그네와 같은 고향에 있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고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내 마음이 그 친구에게 물들기 전에 내가 누누이 했던 말입니다.
확실히 내 입장에서 볼 때도 그 친구의 입장에서도 그 말이 맞습니다.
그 친구는 애인이 있습니다.
쉽게 연락을 끊지 못한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짐까지 내게 도끼질을 해온 그녀석도 잘못한 거 맞겠죠.
어째뜬 웃기는 일입니다. 내가 그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습니다. (마이갓)
그 친구에게 친구로도 얼마든지 내옆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더니
내가 원한다면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왜 지금까지는 내 말을 안듣다가 이제와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자기를 좋아해줄 줄 몰랐나봅니다.
그때까지는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도 무언가 답답했나 보죠. ㅎ 내가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모르는 녀석입니다.
그녀석은 나의 마음이..
지금 내가 혼자 멀리 떠나와 힘들고 외롭기 때문에 만들어진 마음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내 마음을 의심당했습니다..내가 노력했다면 좋았겠지만..ㅎㅎ
난, 그녀석은 내가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얘기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좋아해왔으면 이제는 나를 싫어하려고 노력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를 놓아버렸습니다.
지금까지 늘 고마워하고 늘 미안해했었던 나였는데 이제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내게 차이고 나서 다른 여자를 사겨온 그 녀석이..
애인을 가졌으면서도 나라는 여자가 손에 닿지 않는다고 칭얼대다가
막상 손에 쥐어주려하니 어떻게 다룰지 몰라하는 모습에..
내가 그 손을 탁!하고 쳐버린 거에요.
내가 미안해했던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나를 좋아해놓고도 내가 거추장스럽고 귀찮아할 때마다 상처입은 모습에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아 쉽게 손을 놓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을 할퀴다니요...
배신입니다.
만나도 할 것 없고 귀찮았던 그녀석과의 약속이
언젠가부터 그녀석을 만날 때마다 설레이고 화장에 신경이 쓰였던 건,
그녀석에 대해 중요한 내용의 일기를 쓴 건
내 마음이 그녀석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그녀석과 그녀석 애인과 주변 사람을 생각해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 뿐입니다.
이곳에서는 내가 내 마음대로 좋아할 수 있는데 그녀석은..
내 마음에 확신을 갖지 못하던 그녀석을 이해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증명했다면
내가 내 가슴에 난 뻥뚫린 구멍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기분은 안들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왠지 그녀석에게 그걸 증명하기가 귀찮았습니다.
그녀석..내게 허비한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만회할지...
나 또한 그 녀석과 만나왔던 시간을..정을 생각하면
좀 더 노력을 했어야 하는게 아닐까도 싶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내가 그녀석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라니까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모르죠.
이전에도 그렇고 이 녀석에게도 그렇고 나는 늘 상대방을 위하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쉽게 손을 놓아버림을 느낍니다.
그녀석 애인이 부러웠던 건 그녀석이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붙잡을 수 있었던 그녀의 이기심때문입니다.
내가 이 곳에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 나도 그런 그녀의 이기심같은 일종의 노력을 배울 수 있을 시간은 되겠지요.
오늘도 그 구멍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하기가 싫고 멍해집니다.
하지만 나만 강하다면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가슴을 할퀴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압니다.
나를 좋아했던 친구들도 나의 환하게 웃는 모습과 밝게 빛나던 생명력을 사랑했지
축 쳐지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사랑한 건 아니거든요.
나는 다시 사랑받고 싶기 때문에,
첫사랑때문에 우울해죽을 지경이던 지금까지의 시간들과
놓아버릴 수 밖에 없던 주찬이와의 이 시간들을 이번 기회에 싹 걷어내려고 합니다.
나는 고향도 가족도 두고 이 먼 강원도까지 왔지만 내 일도, 내 사랑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회색이 되어버린 내 성격도 다시 무지개색으로 물들일 겁니다.
이제 울트라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들도 좀 줄어들겠죠..
더 늘어나서는 안되는데ㅎㅎㅎ
이제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