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만 하루가 지나갔다.
단 한번도 이곳이 지루하다고 느낀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할 시간조차없는 곳이었다. 나에게 이곳은...
그런데 계속있다보니 지루하고 오히려 더 정신없다. 앞으로 만 이틀을 더 있어야 한다. 아~ 지루하다.
독방과도 같은 이 두평 남짓한 공간에서 난 거의24시간동안 모니터만 마주하며 세상을 응시하고 있다.
점점 사소한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방안에 들어와있는 유일한 모기한마리...죽일 수 있었지만, 난 죽이지 않았다. 그 귀찮은 존재마저 없어지면 더 지루해질것 같아서이다. 나를 향해 또 날아든다. 하지만 난 손으로 휘휘젓기만 할뿐 죽이거나. 기절시키진 않느다. 그렇게 모기는 날 놀리듯이 한번 날아들고는 다시 천정을 한바퀴 휑돌다가 벽에 붙어 휴식을 취한다. 쟤도 많이 심심하겠지...
대성이가 핸펀을 잃어버렸다고 나에게 찾아달라고 연락이 왔다. 별일 아닌 일을 난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최대한 통화를 오래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런게 통할 아이가 아니다.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너무도 간단하게 나버리고, 통화는 그만큼 짧아졌다. 결국 난 대성이가 시킨대로 핸펀을 찾으러 당구장을 뒤졌고, 마침내 발견한 나는 그 핸펀으로 그녀석에게 전화해 없던 이야기까지 덧붙여가며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소용이 없었다. 조용히 내얘기를 듣고만있던 녀석은 낼모레찾아간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야박한 자식....
대성이가 오늘 온다고 그랬는데, 내가 말렸다. 사실은 희창이와 병수가 오지 않을까 해서 였다. 혹시 올지도 모르니까 대성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일부러 오지 말라고 그랬다. 그랬더니 또 나도 모르게 기다려졌다. 10시, 11시, 12시가 넘어서도 그들은 오지않았다. 중간에 현욱이와 함께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핑계삼아 슬쩍 전화를 한번 해봤다. 그의 첫마디는 "축구봤냐?" 였다. ㅡㅡ;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기억은 커녕 온통 관심사는 축구뿐이다. 역시 짧은 대화를 마치고 끊기 직전 난 여운을 남겨줬다. 혹시 모르는척 하는건 아닐까 하고
"희창아~"
"왜?"
"...아냐..아무것도..."(아~ 이 놀라운 연기력...)
"뭔데? 왜그래?"(좋았어! 말려들었어!)
"아니야..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너 내가 이런말 들으면 젤 궁금해 하는거 알면서...뭐야? 빨리 말해"(알지~ 아니까 이러지~)
"후후..시험 얼마 안남았다. 열심히 해라~"
"응~ 너 이 쉐이! 근데 이거 아니지? 쳇...알았다... 너도 열심히 해라."(뭐야? 벌써 체념하는거야? 안돼~>.<)
"어? 응..."(차마 내입으론 말못하겠군)
역시...그랬다. 내일은 일요일...또 축구하러 갈라나? 시험이 일주일밖에 안남았는데 갈라나? 병수는 가겠지? 아...독방에서 벗어나고 싶다. 도대체 내 봄날은 언제일까?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