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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娜夜)
 마스크   일상다반사
시원하고 흐리고...아싸리 비가오든가~ 조회: 2168 , 2004-08-25 20:48
오늘 학원을 등록하고 왔다.
군대에서 부터 같이 알고 지낸 친한 동기가 나하고 같이 모의고사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침부터 이곳까지 넘어왔다. 뭐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타고 왔으니까...^^
학원을 가서 같이 모의고사시험 접수도 하고, 나는 다음달 학원 수강료에 책값까지 지불하고 왔다.
총금액이 몇십만원이 넘는 나에겐 큰 돈이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금액이었고 준비도 넉넉히 해갔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무턱대고 난 접수담당 누나에게 깍아달라고 했다. 비실비실 웃어가면서 안깍아준다는 걸 그리 길지 않은 실랑이 끝에 난 원하는 만큼 깍아냈다. 푸하하!
등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무 말도 않고 있던 그 녀석이 내가 혹시 이상하게 보일까봐 돈 다내면 아깝지 않냐고 혼자 떠벌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나에게 말했다.
"멋있다.."
"누구?"(두리번 두리번)
난 어디 예쁜 아가씨라도 지나간 줄 알고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석이 말했다.
"아니....너..."
난 조금 발그레지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나름대로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난 원래 물건을 살때도 그렇게 깍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마도 그녀석 때문인것 같다. 난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모두가 그런가?
난 소심하고 항상 부정적인 내 성격이 싫었다. 그래서 군입대를 하면서 꼭 고쳐보리라고 마음먹었고, 일부러 대범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군대에서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단한 녀석이 들어왔다고 다들 칭찬을 해줬다. 급기야 난 소장(*)이 내려주는 큰 상도 받고 포상도 많이 받고 사병을 대표하는 자리인 총 내무실장까지 하면서 군 복무를 무사히 마쳤다. 제대를 하고 사회로 다시 돌아온 나는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내성격은 옛날로 다시 돌아갔다. 아니 돌아갔다기보다 단지 가면을 벗은것뿐일지도 모른다. 2년이넘는 세월동안 난 그저 가면을 만들어 쓰고 있었을 뿐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알고 지냈던 녀석들을 만나면 그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웬지 내가 앞장서야할것 같고, 대범해지고 자신감에차오르고....그런 내 모습이 난 좋다. 그런데 왜 변하진 못하는 거지?
오늘 만난 내 동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르겠지? 날 아주 좋은 녀석으로 기억하고 있을꺼다. 웬지 속이는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

자신을 꾸미려고 하는게 나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생각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쁜것만은 아닌것 같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이미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뉴턴은 방대한 우주의 넓이는 알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알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람의 본질을 안다는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꾸끄   04.08.26

이런 모습도...저런 모습도...자신의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