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조금더 광범위하게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상대방이 갖고 있는 생각의 차이...
그로부터 다가왔던 외부적인 자극들이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한동안 아팠지만 그 아픔들은 자연스럽게 고민에서 해방시켜주면서
치유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에 의해서...
그런데 그 치유란 것이
결과적으로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나를 만들었다.
아무리 겉으로는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한다해도
그대로 믿어버리거나 의지하지 않는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모든 걸 해버리고 자기통제가 그리 어렵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다정스런 모습을 보아도
그대로 내 안에 전달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한 연인을 보았다.
연인이라고 하기엔 다소 어색함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표정엔 그런 의미가 충분히 담겨 있었다.
깜깜한 밤길이어서 그리고 그저 스쳐가는 사람들이어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두사람의 활짝 웃는 얼굴은 쉽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웃음과 동시에 여자의 얼굴의 반쪽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꽤 많이 다친 흔적인 것 같았다.
아마도 확실하진 않지만 화상의 자국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옆에서 함께 수줍어 하며 걷고 있던 남자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보였고 그런것 따위는 눈이 보이지도 않는것 같았다.
연인들을 보면 '저게 행복일까?'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부터는
그런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는데.....ㅋ
오늘 그들을 보면서 내안에 따스한 느낌이 스미는 것이
낯설지만 좋은 느낌이었던 것만을 틀림이 없었다.
오래간만의 좋은 느낌....
내 경험이 아니고 작은 것이었음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