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프러시안블루_Opened
 정환이형, 어제는 고마웠어요  
조회: 2413 , 2009-09-04 19:31
저도 밤늦게 퇴근 하다가 그 고객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사무실 집기 나르면서  전화케이블을 몽땅 잘라놔서 
장비도 없이 나 혼자 케이블을 연결해주기는 힘들더라구요.

형이 내 SOS전화 받고 두말않고 달려 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정환이 형은
그렇게 까지 해줄 필요가 있느냐?
구내 공사 하는 업체를 불러야지 왜 너를 부르느냐?
너무 잘해주면 당연히 해주는 걸로 알고 버릇만 나빠진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영업을 하다보면
영업사원이라는 거 때문에 항상 경계를 당하고
고객으로 부터 터무니없이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갑과 을의 관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아요.

"영업 Feel 이 난다" 는 욕 알죠?
내가 그 영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아침에 빵빵하게 채운 핸드폰 배테리가
퇴근 무렵에서 빨간 눈금 한개가 남듯
몸보다 마음의  상처를 받고 기운이 소진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고객이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으면
이 힘든 직업을 계속해 나가기  힘들어요.
난 그 느낌으로 매일 발전기를 돌리거든요.

어제 밤 저에게 전화를 했던 고객은
작년 가을에 인터넷 전용회선 하나 판매했던 인연밖에 없지만
내가 드린 명함을 버리지 않고  전화를 해준게 나는 참 고맙더라구요

암튼 형
어제 밤에는 고마웠구요
다음주에 "불타는 왕대포"에서 한잔 쏠께요.




티아레   09.09.05

修道者 시군요...

삶 속에서 이름없는 수도자들을 마주칠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저는 그럴때마다 조용히 마음의 손을 모아 감사의 합장을 하곤 합니다.

"삶은 사원에 있지 않고 법원에 있다"(황지우)

프러시안블루_Opened   09.09.05

삶은 사원에 있지 않고 법원에 있다"라는 구절은
황지우의 수필집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호>에 나오는 구절로 기억합니다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구요)

그런데, 나말고도 그 구절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군요.
저도 이 구절이 좋아서 싸이에 스크랩해두었거든요.

저는 티아레님이 오래된 친구같습니다.ㅎㅎㅎ

그리고, 저는 수도자 아닙니다.
패키지, 단품 가리지 않고 파는 영업사원입니다.ㅋ

티아레   09.09.06

기억이 틀리지 않으셨어요ㅋ
그분의 시도 쉽지는 않지만 산문은 정말 어려워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호>는 앞부분의 짧은 수상이 실린 몇장
밖에는 거의 읽지를 못하겠더군여 ㅎㅎ
저는 제가 봐도 이해가 되도록 글을 쉽게 쓰시는 친절한 분들이
좋아요 ㅎㅎ

저도 프러시안 블루님이 친한 선배님 같아요ㅋㅋ

힘내세여~
별 어려움없이 매일 발전기가 잘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카푸치노   09.09.09

멋진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