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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조회: 2175 , 2009-09-04 00:42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자기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 내 가슴속에도 황량한 사막이 있다.
  사람에 대한 잦은 실망과 싫증.
  혼자일때의 편안함. 
  그건 다른 사람이 모르는,
  오랜 나의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