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입학원 상담을 다녀왔다. 그러곤 심난했고, 어리석던 나를 채찍질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림뿐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필요없었다. 그곳들을 갈꺼라면 지금 여기도 충분했다.
편입영어만으로도 안됐다. 편입영어와 일러스트가 같이 어우러진게 필요했다.
하지만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1학기땐 실기수업 투성이에 숙제 할 여력도 없었는데,
2학기가 되서야 겨우 여유가 생겨 찾아간 그곳은 따끔하게 볼기짝을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자르고 어리석던 내 생활에 문득 짜증이 났다. 그렇다. 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6개월내내
멍청하게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을, 어제서야 자각했다.
그런 여러생각을 생각하니 뒷목이 땡기고 뻣뻣하게 굳어감을 느꼈다. 근데 피식 웃음만이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에내려갔다. 필요한 준비물이 있었는데, 도통 기숙사에선 구할 수 없는것들...
저녁에 집에 들러서 따뜻한 된장찌개에 밥을 달게먹었다.
몸이 풀어지는 느낌이어서 그때까진 좋았다.
여러가지 짜증과 생각이 뒤섞인 때라, 어제 저녁에 난 동생에게 언성을 높였고
시험이 코앞인 고3 동생에게 소리를 지른 소위 '싸가지'없는 누나 지지배였다.
평소같았음 쉬이 해줄 수도 있는 것들을, 내앞에 높인 장애물 들 때문에 내 혈연에게 막말을 퍼부었지.
그걸본 엄마아빠가 동생을 두둔하고 보호해주기에 바쁘셨다.
난 또 대들었지. 그리고 내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했지
답답했던 건 내 얘기를 들어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다.
그렇다, 어제는 내 얘기에 제대로 귀기울여 줄 사람이 없어 외롭고 답답하고 존재의 이유까지 더불어
상실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4개월을 멍청하게 보낸 나에게 있어 일침 같은 사건이었다.
되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어제는 배겟잎에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울다가 잠이 안와서 천명관씨
의 소설책을 집어들었다. 도통 읽혀지지가 않아 책을 덮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나의 생각도 좋은데 아빠가 납득하게하는 과정이 조금 남았다고, 그리고 솔직히 너 아까 동생한테 한 행동은 아니라고. 걔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 상황이고, 이제 시험이 얼마안남아서 정말 피가 마르는데
그런 동생한테 그러는거 아니라고..... 등 뭐 그런 얘기들을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0.
아빠가 휴학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에서 대학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데, 회사 경영 사정에
따라서 지급되는 학자금이 언제 끊길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솔직히 학자금까지 내면 중산층 가정이 얼마나 힘들지는 잘 알고 있다. 내년엔 내 동생까지 대학가는데
만약 둘 학자금을 다 낸다면, 부모님의 경제사정은 정말로 힘들어 지실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이트로 경력없이 대학을 졸업해서 대체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건지에 대해서 이제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특별강의로 진로의 이해라는 과목을 듣고 있는데, 취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취업 재수생들과,4학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어, 나 지금부터 정신차려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백수라는 꼬리표 달고 다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으니...
천천히,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내 마음대로 해왔던 것을, 꼭 누군가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1년의 준비가 연봉 몇천을 좌우한다면, 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해내야 한다.
그래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당분간 나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집에 내려가는 것은
먼나라의 얘기로 미뤄두려고 한다. 일단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모스 한달과정,
토익도 함께하려고 했는데 홀수달이 시작이더라...11월에 시작해야지
#1.
대학병원피부과 진료를 다녀왔다. 예약을 3번쯤 미룬 뒤에야, 갈 수 있었다.
갔다오면 완치된 느낌이지만, 갈때마다 귀찮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너무나 예쁘고 친절하다.
2주뒤에 재진 예약을
눈밑에 났던, 뾰루지 같은 작은 종양 덩어리를 레이저 치료로 없애버렸다.
마취주사를 맞았는데도 조금 따끔따끔했다. 그래도 잘 아물것 같아서 다행이다 .
얼굴에 뭐가 나기는 처음, 몇년전에 난거 였는데 드디어 깨끗하게 청산한 기분이다.
뭔가 이번 일도 있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 이다. 말그대로 홀가분해.
오다가 저녁으로 만두가 먹고 싶어서 비빔만두를 사왔는데, 먹고는 지금 속이 말이아니다.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인듯 싶다. 윽-
잠정적으로 정한 내 플랜들..
-일단 독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빈둥대더라도 기숙사에서 빈둥댈것. 당분간 집은 안갈래
-매일 하던 전화도 당분간 끊을것이다. 단 오는전화는 막지 말아야지.
-이번달엔 특히나 왜 재정적으로 쪼들리는지. 이제 생일이 지나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니
농협에 가서 갖고있던 통장 깨버리고 새로 적금을 들어야겠다.
-토요일부터 모스 주말반을 들어야지. 한달뒤에 자격증을 들고 웃을 수 있기를. 누구도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야 전혀 없지.
-교수님께 인턴사원과 휴학계획에 대해 상담하고 조언을 구해야겠다. 내일쯤 연락을 해봐야지...
이정도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두통을 호소했다.
이제 됐어. 쇼는 다시 시작 되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