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 동생 수능 성적이 엉망이다.
아무래도 아빠가 하고 있던 최소한의 기대라는 것을 무너뜨린 듯 하다.
결과가 별로일걸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을 넘어서긴 했다.
그래서 우리집엔 어제 큰 홍수가 휩쓸고 갔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빠가 느꼈을 어느 감정에 대해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내동생은 울고불고 를 한차례 해치우고, 나름 반성이라는 것을 했겠지만
내가 봤을땐 그래도 아직도 멀었어......에 더 가깝다.
울고나서 몇시간 뒤에, 이내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
분명, 아빠에게는 얘 대학 보내줘야 해요! 라고 말했지만
뭐랄까 난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 동생의 대학 진학과 그 후의 인생살이에 대해서는.
내자신을 담보로 하는 얘기도 아니었고, 단순히 내 동생의 인생을 담보로 얘기했기 때문에..
동생은 말한다. 아빠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다고,
매번 그런식이어서 말하기가 싫다고, 본인은 지쳤다고.
하지만 동생아,
난 너보다 아빠가 더 좋아, 아빠를 더 믿고....
아빠가 너의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건 잘못된거야.
물론 아빠도 잘못한 점이 있긴 하지만, 너는 노력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잖아.
어리다는 것은, 쉬이 굽힐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거야.
내가 아빠와의 사이가 원만한건, 부모에게 굽힌다는게 결코 부끄럽지 않고 당연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내 신념과 부모의 신념이 충돌할 때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신감의 척도를 비교하는게 최선인듯 해.
근데 정말 솔직히 점수를 떠나서 얘기해 보자.
대학에 진학하면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살 자신이 있겠니?
부모님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배움을 하는 학생이 될 수 있겠어?
난 매순간을 최대한 후회없이 보내고, 내실이 튼튼하고 완벽한 준비자가되려고 해.
물론 그 과정엔 짜증도 힘겨움도, 고단함도, 눈물도 있지만
대학에 입학한 그 순간부터 지끔까지, 후회로 가득차게, 혹은 방탕하게 보낸적은 없어
그거아니?
부모님이 나를 믿도록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너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니가 하는 일들을 아주 열심히 해내면 되는거야.
솔직히 난 내 수능성적표를 보여준 적이 없어. 부모님께
아빠가 내 성적을 정확히 알게 된건 바로 어제 저녁이었지.
좀 웃겼어 아빠의 한마디가
" 니가 걔보다 훨씬 잘했네" 와
"그리고 그럼 그 점수로 어디를 진학하는게 가능하겠니?" 였어
내가 잘했다는건 아니야
솔직히 지금도 억울하기는 해
점수에 비해서 대학을 한참 못간건 사실이거든.
나보다 점수가 훨씬 안좋은 애가 나보다 더 좋은대학을 갔을때 그 패배감이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
그래서 5년안에 판세를 뒤집으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거야.
그 아이는 좋은 대학에 가는건 성공했지만. 아직 정신을 못차렸거든...
그니까 내가 강조하고 싶은건,
패배감, 쓴맛을 봤으면 깨우쳤으면 좋겠다는 거야
남이 나보다 더 성공할 때 느껴지는 그 이질감이라는 아픈 상처가
얼마나 너에게 자극이 되서, 니가 스스로 발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도 재수는 싫었어.
다시 할 자신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고, 힘도 없었거든.
나역시 싫었기에 너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은 말야,
당장 대학을 가니 못가니에 치중하기 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생각을 많이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래.
너보다 2년먼저 태어난 인생 선배로써 진심으로 충고할께
대학을 와보니 느끼지만, 수능은 하나의 문턱에 불과해.
대학졸업이란 더 큰 문턱이 현재 내 앞에는 와 있거든
그러니까 제발 진지하고 세심하게 생각해 보길 바래
인생은 장거리라. 단답형 답은존재하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