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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첫사랑의 단편 : 좋은 기억   2011
조회: 2862 , 2011-12-14 02:27

이 일기는 내가 2000년부터 종종 썼었던 내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야
오늘의 주제는 첫사랑이란다.

저녁 무렵 엄마가 서랍장을 정리하셨는데 소품들이 이것저것 쏟아져 나왔어
 최근 장갑을 잃어버린 내게 엄마는 그 중 몇 가지를 내미셨어
진록색 장갑이 그 중 하나였는데 그건 첫사랑이 선물했던 장갑이야
손목에 보드라운 진록털이 박힌 진록색 벙어리 장갑.
크리스마스 당일 급하게 잠깐 만났어야 했는데 달려나와 준 그 아이와 서로의 집으로 헤어지기 전
걔가 가방에서 문득 꺼낸 포장에 들었던 선물.
그게 그렇게 감동이었단다
'내가 많이 좋아해서 만나서 자신이 없었는데 그때 나 이쁨받고 있었구나'
'길 가다 내가 눈길줬던 물건을 기억하고 크리스마스에 내게 신경써주었구나'
'내 사정 때문에 그 날조차 만나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그 아이한테 사랑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오랫만에 애틋함이 기억나며 꼭꼭 닫아둔 마음이 뿅 하고 열렸어
그래 그게 너였지
어디선가 누군가와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너.

너를 잠깐 생각했단다..ㅎ
힘들었던 2000년 20살부터 20대를 통틀어 너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너로 인해 내가 웃었고 울기도 했지만 정말 감사한 인연이었어.
그때의 어리고 힘들었던 내게 어떤 의미가 되어 주었던 네게 오늘에야 말한다.
진짜 좋아했었어..그런 감정이 처음이라 어떤 건지도 잘 몰랐지만
너를 위해 나를 좋게 생각할 수가 있었고 그냥 '나'를 위해 멋진 너가 되어줘서 행복했었어
해준 것보다 해주고 싶은게 더 많았지만 거기까지였던 거 같아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누군가를 만나고 또 더 멋진 모습으로 거듭나겠지
내가 너를 더 좋아해서 고민이라고 솔직히 말했던 언젠가의 겨울밤.
어느 길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렸지

"근데 이젠 내가 너를 더 좋아할지도 몰라"

나의 고민을 산뜻하게 해결해주다니..
그런 기억을 남겨줘서 고마워.
나를 소중히 여겨줘서 고마워.

너가 잘 지내길 바라지 않고 그저 어딘가에서 너의 할 일을 하고 있겠지
생각해
불이 꺼지듯 우리의 마음이 사라졌지만 어둠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너의 시간동안 알찬 인생을 살아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