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이랬다.
저녁에 오빠가 눈물을 보인 것이다.
원인은 나..-_-;;
최근 1년간 실업 상태의 오빠가 요즘따라 게임에 집중하길래 그 상황을 '사업하는 중'이라고 놀렸는데
오늘은 폭발해서 부모님 앞에서 내게 "XX" 욕을 한 것이다.
나는 부모님 계신 데서 오빠가 그 말을 한 것이 기가 차고 황당했다.
부모님도 당황하셨다.
나도 당황했다.
오빠는 계속 화가 나 있었다.
아빠는 우선 상황정리를 하셨다.
부모님 계신데 그건 아니다 하셨고 나는 그럴 수도 있지만 잘못했다고 하셨다.
오빠에게는 너 자신 때문이지만 그러면 안된다고 하시며 부모님을 무시한 처사라고 하셨다.
오빠는 내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내가 한 말이 자꾸 거슬렸다고 했다.
작년 새해쯤, 부모님께서 이제 좀 일을 쉬시려는데 갑자기 오빠가 실직했다.
그땐 나도 대학원에 합격해서 대구로 내려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부모님은 급 당황하셔서 나의 사직을 말리셨지만 나도 큰 맘 먹었던 결정이라 번복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오빠로 인해 힘들었다.
부모님은 자식이 뭐하냐고 묻는 말에 흔들려하셨고 나는 대구로 와서 친한 친구들이 묻는 안부에 가슴이 떨렸다. 그리고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그들이 말하는 소위 결혼의 조건 중, 형제자매 사정 무시못한다는 말에 입가엔 미소를 띄며 아래로 눈을 떨궜었다.
안다. 오빠 자신이 가장 힘들다는 것.
하지만 피를 나눈 남매라도 오빠가 얼마나 힘든지. 나는 모른다. 부모님과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그가 지금은 달리 살필 겨를이 없다는 것. 알지만 좀 힘든 것 같다.
오빠에게 내가 한 말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님께서 좋은 인맥이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으셔서 오빠의 사정을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자신이 헤쳐나가야 할 길이다.
있는 집 아이들은 그들 사정으로 살아가지만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은,
대한민국 누구나 그래왔듯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빠도 그걸 알텐데. 솔직히 나가면 당구. 집에선 게임. 무협만화, 무협소설.
부모님 계시면 공부하는 눈치라도 좀 보일 것이지, 저렇게 눈치없고 우둔한 아이였나 싶기도 하고
여러 모로 오빠의 머리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고 싶은게 없다고 하는 오빠 말에, 하고 싶은 일 찾아서 직업 검색이라도 해보던가
남들 다 하는 곰무원 곰부라도 시도해보던가 아님 친척들이 권유하는 음식점이라도 해보든가.
뭔가 한 발짝 계단을 내딛어야 할텐데..
힘들고 어려운 때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있었다.
나는 내가 달팽이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자신감, 사회성, 실행력 다 떨어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틀어박혀 있을 때도 있었다.
내가 아는 건 어둠이 깊어져야 새벽이 온다는 것 뿐이다.
누가 어둠을 걷어주는 것도 아니다. 새벽을 빨리 보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앞을 보고 걸음을 내딛어 빨리 산 정상에 다다라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후회만 남길 뿐이다.
오빠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단순한 일에 대해 그가 언젠가 언급할 날이 오겠지.
그 날까지 오빠가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려도 괜찮아.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웃고 사는 건 정말 싫다.
나는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거야
지금 당장은 남에게 부끄러워도 오빠 자신에게는 떳떳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언젠가 남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오빠가 되어줘
적당히 울고 힘을 내. 오빠는 싫어해도 나는 옆에서 계속 지켜볼테니..
내 마음도 아프지만 내 놀림이 언젠가 오빠에게 약이 되었다고 나에게 말해줄 시간이 꼬옥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