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몸이 지쳤다.
신입생들 맞이할 준비하느라고 회의도 행사도 많다.
행사 뒤엔 술자리도 따른다.
술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어제 술에 많이 취한 신입생 친구 한 명을
데려다 주느라 많이 피곤했다.
오늘도 학교에 갔다오니
피곤이 몰려온다.
오른쪽 눈에 다래끼가 난 듯 하다.
운동은 한 적도 없는데
온 몸이 뻐근하고.
좀 쉬고 싶은데
내일은 아르바이트 교육 받으러 나가야 한다.
월요일엔 입학식,
화요일엔 신입생 오티 준비로 회의를 하고,
수,목,금은 신입생 오티.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르바이트.
그리고 월요일엔 학생회 회의.
수요일부터 해외 교류 활동 프로그램
홍보 및 멤버 모집 시작.
각종 설명회와 홍보 자료 제작.
그리고 세미나 준비.
쓰나미다.
.
.
야금야금 벌려왔던 일들이
이제야 덮쳐오는 구나.
뭐,
일견 행복한 비명이다.
늘 혼자만의 껍질에 갇혀 있던 내가
사람들하고 이렇게 부대낀다는 것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에
정신적으로 받는 부담도 많이 줄었다.
그냥 학교가 머니까
육체적으로 피곤할 뿐.
남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그리 모난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밝고 잘 웃어서 인간관계에 편한 성격이다.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하는 면은 있지만
세상에 소심한 사람은 깔렸다.
부딪힐 일도 없고
신경쓸 시선도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지낼 수 있다.
특히
한 번에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이 예전에는 싫었는데
이제는 나름대로 나의 성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한 번에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건 그냥 이대로 좋은 것 같다.
다만,
자신감이 부족해서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잘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고치고 싶다.
많이 고쳐졌지만,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어.
신입생 모임 행사 뒷풀이 때
신입생 친구들이랑 많이 사귄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겨우 한 두 명 알게 된 건 많이 아쉬웠다.
신입생들하고 친해지고 싶다며
자원한 일들인데,
정작 신입생들하고는 많이 친해지지 못하고
오히려 같이 일하던 재학생 친구들하고 더 친해진 것 같다.
뭐, 이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원래 재학생들과 잘 친하지 않았었으니
먼저 재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는 재학생들과 어느 정도 친해졌으니,
신입생들하고 친해지고 싶다.
다행히 입학식, 그리고 신입생 오티라는
두 번의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이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신입생들과 친해져야지.
나는 과대잖아.
그리고 나름 예쁘다구.
잘 웃고.
은근히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러니까 부디
자신감을 좀 가질래, 하나야?
.
.
아무튼
그래도 마음만은 가벼운 나날들이다.
이제 더 이상 달리는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타고 있어야 하지,
하는 괴로운 질문들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당면한 일들에 대해서 생각할 뿐이다.
그저,
살고 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