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점.
'엎기'
무슨 약속을 했다가도
잘 엎는다.
후배 한 명과, 친구 한 명,
이렇게 셋이 만나서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왠지 나가기가 싫었다.
후배에게 술을 사기로 한 거였는데
약속할 때는 기분이 좋아서 덜컥 해버렸지만
막상 나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엎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그 곳에 내 고등학교 친구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그 친구가 꺼림칙 했다.
그런데 마침 가벼운 눈 다래끼가 나서
나는 열심히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사장님께도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 뒤
나가지 않았다.
지난 번에
해외 교류 활동 관련 회의가 있었는데
그것도 왠지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촌 동생 졸업식이라는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다.
.
.
나가기 싫은 곳에 나가지 않는 것은 상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나는 항상 신나서 약속을 무더기로 잡아놓고
줄줄이 사탕처럼 취소시킨다는 것이다.
무한 사과를 하면서.
차라리 그럴 거면
처음부터 확실한 약속 외에는 잡지 않아야 한다.
기분에 이끌려서
약속을 할 당시에도
'아, 지킬 수 있을까? 뭐 지킬 수 있겠지! 일단 해 버려!'
라는 마음이 생기는 약속은
절대 섣불리 하지 말자.
약속을 깨는 게 쉬워보여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얼마나 씁쓸하고 기분이 안 좋을까를 생각하자.
기존의 약속을 잘 지키는 이미지에
편승해서 몇 번 깨도 되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자.
이런 약속 취소들이 모이고 모여서
불신을 쌓는 거야.
스스로에게도 죄책감을 안겨주는 거고.
.
.
지킬 수 있는 선에서만
약속을 만들고
일을 벌이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그리고 한 번 한 약속은
정말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을 만큼
진정한 이유가 생겼을 때만
취소하자.
열심히 합리화해야 하는 이유
눈 다래끼라든지, 졸업식이라든지 그런
'핑계'로는 취소하지 말자.
스스로와 약속하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고
죄책감을 느낄
스스로에 대한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