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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힘들어하지 말아죠   2001
흐림 조회: 1673 , 2001-09-06 06:55
자다깨서 너의 전화를 받는 순간

니 목소리가 예전의 내 목소리와 닮아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그리움..외로움..오만가지 감정이 네 목소리에 묻어나고 있었어.

인생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너도 드디어 삶의 무게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단다 친구야

어쩌면 일찍 시작한 내가 더 나은지도 몰라..

네게 이런 시답잖은 충고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우린 힘들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친구인가보다.

9시쯤에 잠들어서 새벽 2시? 3시? 그쯤되서 깼더니 잠도 안온다.

냉장고에 있던 물이 상했는지 먹고는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잠도 아예 안와

기냥 일어나서 컴터를 켜버렸지ㅡ실은 네게 메일이라도 쓸려고..ㅡ

난 말야...처음에는 내 힘든 상황밖에 안보이다가 시간이 좀 흐르고 ..

내가 그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보니 다른 사람들을 보는 눈이 생기드라

학교에서는 항상 깜찍하고 재밌는 친구들도 알게모르게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았지

그리고 그게 설령 '쟤는 뭐 저런 걸로 고민을 하나..' 싶을 정도로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라도

그 고민에 그 애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반응하는 걸 보고

그때서야 누구나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가지고 있다 싶었지

너도 그런걸꺼야

네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니 고민 듣고서 행여나 가짢은 마음이라도 가졌다면

네가 믿고 전화한 친구에게 얼마나 배신감이 들겠니

내가 힘들다고 친구들에게 징징거릴 때마다 그게 자기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거니까

오히려 나한테 '뭐 그런 걸로..'란 말로 상처를 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네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르지.

사람들은 상처받기 싫어서 자기들의 그 진정한 속내를 감추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 너도 내게 털어놓고 말하지는 말아줘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 어쩌면 알게모르게 네게 상처를 줄지도 몰라

그게 내가 정말로 겁나는 거야

내가 어떤 위로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니 목소리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무엇이라도 해주고팠어..

친구야..너무 힘들어하진 말아라...

겪고나면, 그리고 많은 시간들이 흘러가고 나면 결국은 마음 한구석에 묻게 될테니...

그러니 너를 걱정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너무 많이...아프지는 말아다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