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국 식구들이랑
국장님 결혼식에 갔다가
술을 마시러 들어오는 길에
시내에서
익숙한 차를 보았다.
누구의 차냐.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아직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편하게 아빠,
라고 부른다.
재혼한 여자의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그 하얀 차.
기분이 묘했다.
.
.
어째서 한 점의 증오도
끓어오르지 않는 건지.
나는 그냥 헛웃음만 웃으며
엄마에게
'엄마 아빠 차닼ㅋㅋㅋㅋ'
라고 카톡을 하나 날리고
친구에게도
'야 아빠 차닼ㅋㅋㅋ'
이라고 카톡 하나 날렸다.
나 자신도 웃겨서.
.
.
Don't cry mommy
예고편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딸이 강간 당했다는 사실에
오열하며 강간범들을 죽이러 다니는
엄마와
지금 부엌에서 평온하게 밥을 짓고 있는 엄마를
번갈아 떠올려 본다.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남자를
살해한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를
번갈아 생각해본다.
영화가 과장인가
나의 현실이 웃긴 건가.
.
.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이 밀려오려 하니
나는 다시 지하실 위로 올라가
지하실의 문을 닫는다.
올라 오지 마라,
나는 빛을 받으며 살고 싶으니.
너는 모두 그 안에 갇혀 있으렴.
썩든 말든
나와는 무관하다.
나는 네가 무섭다.
네가 나를 집어삼켜 버릴까봐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