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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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를 만났다.
돈을 준다고 하길래 근처 카페에서
엄마와 함께 셋이 만났다.
가족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듯 했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친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했다.
나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것이라고.
카페라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하게 암시했다.
친부는
'나는 네가 인생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했지만
고소는 내 인생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친부는 내게 말했다.
더 이상 등록금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도 살기가 힘들다고.
과거의 일은 자신이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못 해주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이야기했다.
나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느냐고.
당신이 망쳐 놓았다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심리 상담 받고
등록금 갚겠다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다고.
내가 왜 당신 떄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냐고.
책임 질 생각이 없냐고.
관심이 없냐고.
친부는 말했다.
'너도 나한테 관심 없잖아.'
이런 개새끼야.
지금 그게 나한테 할 말이냐?
뭐?
내가 너한테 관심이 없어?
그래서 너도 나한테 관심을 끄겠다?
내 관심이 그렇게 받고 싶니?
그래 알았어.
관심 가져줄게.
그동안 내가 관심 꺼준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느껴봐.
지독하게 관심가져 줄테니까.
한 달에 한 번씩 네 식구가 만나
밥을 먹쟨다.
여전히 가족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모양인가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동참해줄 마음이 없다.
너는 더 이상 나의 아빠가 아니다.
내 동생의 아빠이고 엄마의 전 남편일 수는 있을 지언정
나에게 너는 가해자일 뿐이야.
그동안 억눌러 왔던 과거의 기억들이 올라온다.
낱낱이 밝혀줄게.
네가 나한테 한 짓거리들.
너의 소름 끼치는 짓거리들을
모두 다 밝혀내서
죗값을 치르게 해줄게.
너 말하는 꼴 보니까
진심으로 뉘우칠 기미가 없어보이더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상황 모면하려고 사과하는 게 분명히 보이더라.
네가 진심으로 나한테 미안하다면
'너도 나한테 관심 없잖아'
라는 쓰레기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병신 새끼가
지가 성폭행한 딸이 자기한테 관심 없다고
지랄하고 있다.
싸이코,
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상이 아니다.
사람도 아니라 물건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이새끼와 같이 살아왔는지
소름이 돋는다.
하나야
너 제정신으로 버텨온 건 맞는 거니?
도대체 어떻게 살았니?
차라리 죽지 그랬니?
.
.
나는 네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내 밑에서 사과하기를 바랐지만
나는 네가 애초에 그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이번 만남을 통해 느꼈다.
네가 성폭행한 나에게
그래서 너무나 힘든 나에게
관심이 없냐는 나의 질문에
'너도 나한테 관심 없잖아.'
'그래 나한테 관심 가지라고 안 할게.'
라는 뻔뻔하고도
비상식적인 대답을 내놓는 너를 보면서
나는 꺠달았다.
너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걸.
네가 한 짓이 무엇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걸.
내가 얼마나 힘든 지 아직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도 모를 인간이라는 걸.
그러니 내가 살려면
내가 행복해지려면
네가 죗값을 치르는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살 수가 없어.
너무너무 힘들고 억울해서
행복해질 수가 없어.
나는 이제 너 때문에 힘들만큼 힘들었어.
더 이상 힘들고 싶지가 않다.
나도 이제 좀 편하게 살자, 응?
22년 동안 힘들었어.
좀 편해지고 싶다.
그러니까 죗값을 치러.
넌 나한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
법이 너의 죗값을 달아줄 거야.
너는 치러내야 해.
내가 힘들었던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