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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지금을 살기   trois.
조회: 2423 , 2013-02-03 23:14

그 자체에 대한 분석만으로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을 때는
비교, 
해보면 된다.


.
.


그러니까 
내가 지금 불행한데
나는 내가 왜 불행한 지 모르겠을 때
이것 저것 해보면 된다.

그래서 내가 딱 행복해졌을 때
그 떄 깨달아지는 거다.


'아, 내가 그동안 이걸 안 해서 불행했구나.'



.
.



장학금도 타고
학자금 대출도 다 갚고
월급도 타고
돈이 좀 생기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내가 그동안 돈이 없어서 답답했구나.
하는 걸 알았다.


파마도 하고
화장품도 사고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다보니까
그동안 내가 스스로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오빠와 헤어지고 나니까
혼자가 되어보고 나니까
그동안 내가
혼자 있고 싶어서 힘들었구나,
하는 걸 알았다.



.
.



그러니까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분석하고 깨닫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지금 왜 힘든가.
나는 지금 힘들다.
결코 편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감정을 분석해보고
지금 상황을 파악해보고
과거의 일들을 추적해보며
이유를 알아내서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것이 필요했다.
처음 시작은 아마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울다에 일기를 올렸던
2011년의 봄,
4월이었다.

나를 현실로부터 안전하게 도피시켜주었던
나에게 집중할 만한 거리를 제공해 주었던
입시공부가 끝난 시점,

더 이상 나를 얽매는 공부가 없고
세상이라는 곳에 던져졌던 그 시점.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잊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사람.
사람들과의 관계.


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이 서툴렀다.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떄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합리화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합리화 할 거리가 없었다.
공부도 끝났고
대학생도 되었는데
나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고 피하기만 할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왜 사람들고 잘 지내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이 지금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외면하고
잊고 
묻어버리려 했던 것을
맞닥뜨리던 순간이었다.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일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그리고 나를 둘러싼 가정 환경들을.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감정을 분석하고 해결하고 처리하는 방법까지
체득한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자존감'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자존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먼저 스스로를 아꼈다.
외모를 꾸몄다.
자신감이 상승했다.
그리고 대학 수업도 한 몫 해주었다.
교수들은 이야기했다.

'스스로 생각하라' 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르지 말라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구분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라고,
그래야 자신의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라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지 말라고.


그러면서 
나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나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꺠달았고
분석해서
개선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에 있었던 성폭행 문제와 직면하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풀어낼 수 있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 점에서
나의 이 '자기 분석'은 
생의 그 시점에 분명히 필요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이제 무엇이 문제인 지 알았고
그것을 해결할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더 이상의 분석은 필요 없다.
지금부터의 분석은
'분석을 위한 분석'일 뿐이다.

이제 데이터는 모두 수집되었다.
앞으로는 내가 해야 할 일
밟아야 할 징검다리를 하나씩 밟아가면 된다.

내가 시키는 대로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내 본능이 말하는 대로.


그것이 진정 
'하나'가 된 삶이다.




.
.



나는 지금 힘들다.
불행하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아야겠다.
그러면 내가 행복할 지 안 할 지 알 수 있겠지.



나는 말이다,
당당해지고 싶다.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고
당당해지고 싶다.
참지 않고 싶고
외치고 싶고
울고 싶고
위로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가해자가 나에게 사과했으면 좋겠고
사과를 하지 못하겠다면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고
엄마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았으면 좋겠고
자신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가족들도 내가 어떤 일을 당하면서 살아왔는지
그 새끼가 어떤 인간인지 모두 알았으면 좋겠고
그 새끼에게 지금껏 속아왔던 사람들도 모두 알았으면 좋겠고
친가 식구들도
그 새끼의 현재 아내도 
모든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내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새끼가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단지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희생으로 세상이 겉만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하는 모습대로.

마땅히 그 새끼가 벌을 받고 가장 나쁜 놈이 되고
나는 피해를 당한 불쌍한 아이가 되고
사람들은 그새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이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 된 상황이다.

지금은 무언가가 일그러져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아서.
내가 쉬쉬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억울해서.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내가 가장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이건 말이 안 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내가 가장 행복해야만 한다.
나는 단지 이것을 원할 뿐이다.




.
.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나갈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 지 찾아서
이것저것 다 해볼 것이다.
머리로 찾지 않을 것이다.
가슴으로,
발로 찾을 것이다.





+

오빠와 사귈 때도
나는 그 상황을 머리 속에서 분석하고
머리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었다.

아무거나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는 무슨 문제가 생기거든
스스로의 머리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바깥으로부터
답을 얻어야겠다.

답이 바깥에 있지는 않다.
모든 원인과 답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그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바깥으로부터의 자극을 만나야만
그 답을 건져낼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준비되어 있되
그것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깥으로부터의 자극이다.

그 자극을 차단한 채
안에서만 생각이 빙빙 돌면
늪에 빠진 듯
생각 속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
.


나는 지금은 불행하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행복했다.
태국에서는 아무 걱정이 없었거든.
한국에서처럼
과거에 묶여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의 문제에 파묻혀 있지도 않았거든.
그저 지금의 감정에 충실했고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했거든.

그래서 나는 행복하고 충만했어.
멋진 곳에 있었고
멋진 일들이 펼쳐졌고
멋진 사람들과 함께 있었으니까.


과거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고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어.
오로지 그 순간의 나만 있었을 뿐.

그게 행복의 열쇠인 것 같다.
그럼 앞으로 그렇게 한 번 살아보자.
지금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