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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치유일지
조회: 3085 , 2013-04-12 13:17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나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을까.
모든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나는 충돌하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아무의 비위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면서 살기 때문이다.

내 성격을 누른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 지 철저하게 신경쓴다.
그리고 결과를 예측해보고
조금만 부정적인 결과가 예측되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면
바로 교정에 들어간다.


.
.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사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하고 잘 어울려 놀았다.
친구들이 나를 아주 좋아했고
남자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5학년이 되고 6학년이 되자
여자 아이들이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고
예쁜 여자 아이들이 인기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원래 인기가 많았는데
인기가 없어져 갔다.
성격은 그대로였지만 
몸도 많이 커버렸고
옷도 못 입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약자에게는 강했지만
강자에게는 약한 그런 아이였다.

노는 아이들과 당당하게 맞써지는 못했다.
친한 친구가 노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데도
그 상황에서는 노는 아이들의 편을 들어서
같이 놀고 그 친구를 놀리다가
집에 가는 길에 그 친구를 졸졸 따라가면서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다.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야비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서 읽게된 인터넷소설에서는
여자주인공들이 다들 멋졌다.
시크하고 용감하고 박력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닮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사악소녀 교사 일기'에 나왔던
여자 주인공이 인상 깊었다.
그게 나의 학창 시절에 큰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 없다.
이 열쇠를 잊고 있었다.
당시에 내가 소설을 많이 읽고 
또 소설을 많이 썼다는 것을.

실제로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기보다는
책 속에 나오는 상황들에서 만족을 얻기 일쑤였고
온라인 상에서의 교류가 더 마음이 편했다.
거기서 나는 늘 분위기 있었고 
멋진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싸가지 없지도 않고
야비하지도 않고
못 생기지도 않고
찌질하지도 않았다.

현실에서의 나는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나는 도피해버린 것이다.




.
.



그래서 늘 멋있어보이기 위해
깔끔해보이기 위해
공정하고 담대해 보이기 위해
나를 포장했던 것 같다.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렇기만 한 아이가 아니다.
분명 장점도 많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점도 많은 사람이다. 


특히 어렸을 때
나는 '싸가지 없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약간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었고
권위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특히 언니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아양을 떠는 게 너무 싫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무뚝뚝하게 했더니
언니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더해졌던 것 같다.
나를 미워하던 언니들 때문에.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간 기가 센 애들을 보면 
나를 싫어하고 다른 애들이랑 모여 내 욕을 할 것 같고
나를 해코지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그랬다. 
저학년때까지는 다양한 친구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잘 어울리며 놀았다.
늘 같이 집에 가는 친구들이 있었고
늘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 남자들은 나를 정말 좋아했다.
왜 그랬는 지 모르겠지만
반에서 나를 좋아하는 애만 해도 
대여섯명이 넘었다.
나는 그 모든 걸 다 알고서는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남자애하고 사귀곤 했다.
그런데 5학년이 되자 
친구들이랑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애들이 노는 애들과 안 노는 애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노는 애들은
언니들이랑도 잘 지내고
예쁘게 꾸몄다.
그리고 A,B 라는 애랑 같이 C를 욕했었는데
그걸 C한테 말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C랑도 사이가 안 좋아졌고
A랑 B랑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

그러다가 걔네랑 떨어지고
D, E라는 애들이랑 놀았다.
원래는 잘 놀았는데
중학교에 입학하고 
또 노는 애들이랑 엮이면서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싫었고 걔네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같이 놀면서 나는 못 생겼다고 무시도 많이 당하고
걔네만 예뻐하곤 했다. 
나는 예쁨을 받은 적이 없었다.

걔네랑도 멀어지면서
그런 귀찮은 인간관계들에서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주변을 정리하고 
친구란 조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점점 인터넷 소설에 빠졌고
가상의 세계에 빠졌다. 

그리고 욕 먹지 않는 멋진 모습으로 
나를 꾸미기 시작했다. 



.
.

사람들은 나를 좋아했다.
그 전과는 다르게
나에 대한 욕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편해졌고
아주 자랑스러웠다.

우와 하나 대단하다
공부도 잘 하고
착하고 
진짜 짱이다
라는 평가들을 들으면서
어깨도 으쓱해졌다.

그 전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없어져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
.


나는 내가 싫었다.
못 생기고 찌질한 내가 싫었다.
그래서 나를 꾸몄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내가 더러우면 싫다.
못 생기고 망가진 것 같으면 싫다.
조금만 말을 잘못한 것 같아도
완벽하지 못한 것 같아도
뭘 잘 못한 것 같고
상스러운 것 같고
부족한 것 같고
예쁘지 않은 것 같으면 내가 싫다.

그래서 늘 나를 의심한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지금 이게 맞는 건가.
나 뭔가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 나는 내가 싫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없다.
찌질하고 바보 같고 야비하고
못 생겼고 싸가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