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생일이었다.
어제 새벽에 메신져로 얘기를 하던중에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말했다.
생일이 이달 말이라는건 기억하고 있었지만 오늘일 줄이야.
시간이 좀 길었다면 언젠가 봐두었던 테디베어인형을 만들어줬을 거다.
내가 할줄아는건 손으로 꼬작거리는게 전부니까.
해주고 싶은건 정말로 많았지만, 해줄수 있는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옷가게로 들어가서 니트하나를 샀다.
들어가면서도 어설펐지만 매장안에서의 나는 더 어설펐다.
치수를 알아.. 녀석의 키를알아..
난 팔을 높이들어서 설명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키는 나보다 이만큼 크구요.. 말랐는데 몸은 좋아요.. (대체무슨뜻인지)
이렇게 저렇게 나의 얘기를 들어보던 직원은 나에게 말했다.
키가크면 소매길이 때문에 크게 입어야할거라고.. 아무리 말랐어도.
난 어림잡아 170이라고 말했다. 조금 넘는다고.
솔직히 녀석하고 서있을때 키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것으로 기억했고 난 그대로 말했다.
..그리고 매장을 나올때 나의손엔 사이즈100의 밝은 베이지색의 니트가 들려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난 두팔가득 안고있었던 종이가방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에게 전화해서 잠깐 들렀다가 가라고 했더니 눈치없는 녀석이.
"선물주는거냐?"
.. 일곱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아래있다고 내려오라는 거였다.
몇주전에 보고 오늘 보는거라서 조금 떨렸다.
머리하고나선 처음으로 보는건데. 사진은 보내줬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여전히 짧지않은 머리를 한 녀석이 서있었다.
오늘은 모자를 쓰지않은채로.
예상했던 대로 나의 머리를 보더니 마구 쓰다듬어 댔다.
저번에 술먹고도 그러더니 이녀석 날 강아지로 착각하고 있나보다.
사진보다 나은것 같다는 의외의 칭찬을 들었다.
머리 부시시한게 더예쁠것 같다면서 충고?도 해준다. 친절하기도 하지..
녀석이 말하는 도중에 얼굴을 만지려고 했는데, 어색해서 피해버리고..
순간 생각했다. 오늘밤도 잠자긴 글렀구나.. 하고.
옷살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녀석의 키가 170을 가뿐히 넘는다는 사실과..
나랑 서있을때 키차이가 꽤?난다는 사실..
브이넥을 살까 라운드를 살까 고민했는데 녀석이 입고있던 옷은 브이넥이었다는 사실..
내가 무심코 녀석의 옷깃을 잡으면서 브이넥으로 살껄 그랬다고 중얼거리자 날보면서 그냥 웃는다.
누가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냥 녀석하고 웃고서있던 순간 만큼은..
우리사이가 친구가 아닌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술마시러 간다는 녀석을 보내고나서 앉아있는데 문자가 왔다.
항상.. 야..너.. 이런식으로밖에 부르지 않던 녀석이..
진아..라고.. 옷예쁘다고 문자를 보냈다.
정말로 한심하게 녀석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분이 변하지만..
문자하나에 웃음이 자꾸만 나서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녀석을 좋아하는게 틀림없다..
나의 소중한 친구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녀석의 생일을 정말로 축하한다..
가끔씩 너는 나에게 우리라는 말을 하곤하지..
..친구로서의 우리..
너와 다른 나는..
널 좋아하는나.. 내가 좋아하는 너.. 그런의미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