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면
몸이 훨씬 가벼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엄마랑 할머니랑 동생이랑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
밥을 먹다가
아빠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 이야기를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이상함'
이 레이더에 감지되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어떻게 엄마는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하는 거야?'
라는 사고로 이어지려는 찰나,
잠시
멈추어두고
달리 생각해보았다.
이 식탁을 잘 보면
네 사람 모두 웃고 있다.
그러니까
나 역시 속으로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생과 할머니는 그 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인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데
엄마라고 그 때 그 때 마다 티 나게 반응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엄마도 어쩌면 속으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노릇이다.
엄마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처럼 속으로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상을 잃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건지는
모를 노릇이다.
.
.
그렇게 생각해보니
별로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분 좋게 떠들면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떠든 것도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우선
관계를 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밉다면서 차단하고만 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인데
그렇게 관계를 차단하고만 있으면 평생 물어볼 수가 없을 것이다.
가까워지고, 관계를 트고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서운했던 거, 미운 거 다 표현하고
이야기도 들어야,
그 때서야
관계가 틀어지든
갈라지든
더 좋아지든
그대로이든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속으로만 미워하고
'안 놀아!'
하면서 어린애처럼 밀어내기만 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요령 있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