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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13.09.07
'법이 저절로 작동되고 사회가 그를 단죄해주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었어요ㅎㅎ이 댓글을 읽은 지는 오래되었는데, 머릿 속에 '?' 하고 물음표가 날아다녀서 금방 답글을 달지 못했어요. 내가 이런 말을 했었나? 내 댓글이 그런 뜻인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하고 고민고민 했거든요. 음, 하지만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법은 저를 찾아오지 않지요. 사회란 저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구요ㅎㅎ 왜 법이 아버지를 잡아가질 않는 거야, 왜 세상 사람들이 아버지한테 돌을 안 던지는 거야, 왜 그 사람의 죄를 모르는 거야! 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법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고, 사회적 분위기가 그것을 받쳐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제가 제 이야기를 했을 때, 그리고 제가 법적인 조처를 취했을 때, 가감 없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런 시선들이 두려워 감추고 사는 사람들도 그런 시선들에 굴복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성폭행과 관련된 복합적이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중적이고 묘한 시선들이란, 꽤나 부담스럽거든요. 제가 말한 외적 부담감의 해소란, 이렇듯 법적 의사를 밝힘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겪는 혼란과 부담감을 덜 수 있다면, 훨씬 더 살기가 수월해질텐데, 하는 아쉬움이었어요. 아버지라서 고소하기가 힘든 시기는 지났어요. 증거가 부족하거나 엄마가 증언을 해줄 지 몰라서 고소하기가 힘든 시기도 지났지요. 그런 뒤에 이제 제 앞에 있는 것은, 내가 고소를 해서 얻는 것과, 그 수사 과정에서 공무 수행자들의 태도로부터 입을 상처를 바꿀만한 것인가, 하는 고민. 그리고 과연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불확신, 등이예요. 물론 이런 저런 것들이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부담감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요. 고소해서 더 큰 상처만 입고 말 것이라면, 그것은 어쨌든 저어되는 일임에는 틀림없어요.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계속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메세지를 보내오고, 고민되는 일상의 연속이지요. 지금이야, 유두리 있게 이것도 언젠가 답이 나올 것이라며 넘기지만, 더 어렸을 때는 이런 사실들이 저를 무겁게 짓눌렀답니다. '내가 떳떳하게 고소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로 나한테도 잘못이 있는 걸까? 내가 도망치지 못해서였을까. 사람들에게 알리면 나는 이제 남자친구도 못 사귀고 결혼도 못 하게 되지 않을까? 성폭행범의 가족이라고 엄마나 동생의 인생도 망치는 게 아닐까?' 어린 친구에게 이것이 얼마나 큰 중압감인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아이가 주저없이 고소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있기를, 바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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