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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처벌과 강화_Operant Conditioning(조작적 조건형성)   trois.
조회: 5616 , 2013-08-23 23:43


내 안에는
딜레마,
비슷하게 들어 있는 것들이 있는데,



뭐 예를 들어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죽어도 하기 싫다든지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건 알겠는데
자꾸만 안 마시게 된다든지

청소를 안 해서 할머니가 맨날 잔소리를 하시는데도
청소는 영 되질 않는다든지

그만 좀 먹고 싶은데
먹는 거만 보면 자꾸 먹게 된다든지.

뭐 이런 종류의 것들.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것들이다.

왜 내 맘대로 되지를 않는 걸까
고민을 조금 해봤는데,
처벌과 강화,
로 설명을 해보면 
꽤나 들어맞는다.


.
.

처벌과 강화는
학습과 관련된 원리이다.
Operant Conditioning(조작적 조건형성)은 
학습 이론 중 하나로서
인간은 강화된 행동은 계속 하게 되고
처벌이 가해진 행동은 하지 않게 되는 식으로
행동 방식을 학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화(reinforcement)는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다시 하게끔 하는 '보상'의 개념이다.
처벌(punishment)은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다시 반복하지 못하도록 
'처벌'하는 것이다.

인간은 
보상이 주어진 행동은 다시 반복하게 되고
처벌이 주어진 행동은 다시 반복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학습된 행동은
그 강화물 또는 처벌제가 사라지게 되어도
여전히 반복된다는 게 
Operant Conditioning(조작적 조건 형성)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어렸을 때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지 못하도록 학습한다.
만약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면
'부모님의 야단'이라는 처벌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음에 그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노상방뇨(행동)와 
그에 대한 부모님의 야단(처벌)이 반복되면 
아이는 노상방뇨를 하면 부모님이 나를 야단치신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자라면서는
부모님이 혼내시지 않아도
아무곳에나 오줌을 싸는 행동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행동으로 인해 칭찬을 받은 아이는
그 이후로도 부모님의 칭찬을 위해 그 행동을 학습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학습된 행동은
부모님이 돌아가신다 하더라도
그 사람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이 
Operant Conditioning(조작적 조건형성)이다.

사실 명칭은 번역투라서 어렵지만 
원리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못 하게 하는 행동은 안 하게 되고
하도록 장려 되는 행동은 계속 하게 되는.

물론 여기서 못 하게 하고, 장려하는 것은 
꼭 어떤 주체가 하는 것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처벌은 부모님의 야단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그 어떤 요소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고에만 가면 파편을 밟아 다친다든지
공중전화 앞에만 가면 동전을 줍는다든지.
그러면 그 사람은 공중전화에 계속 가게 될 것이고
창고에는 잘 안 가게 될 테니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추구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인간 본성에 관한 설명인 것이다.



.
.



내가 자꾸만 먹는 이유는 
먹으면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즉 먹으면 

즐거움이라는
강화물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먹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고 답답하고 심심하다.

그러면 나의 선택은 자명하다.
먹는 것이다.
이 쪽으로 가면 처벌, 저 쪽으로 가면 보상.
보상을 택할 것인가 처벌을 택할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이것을 억제하는 것이 이성,
이성이 억제를 잘 하면 
우리는 이것을 '의지 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라고 할 정도로
굴하지 않는 것은 꽤나 힘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
운동을 안 하면 아주 편하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
힘들고 땀도 나고 숨도 차고 얼굴도 빨개지고
심장도 쿵쾅쿵쾅 거리고 덥다.

처벌과 보상,
내가 택할 것은 '편안함'이라는 보상이다.
이 쪽에 보상이 없다 하더라도
처벌 대신 아무것도 없는 편이 낫다.


물을 마시는 문제도 마찬가지.
물을 마시지 않으면 편하다.
하지만 물을 마시면 
일단 물은 나에게 그다지 맛있지만은 않다.
별로 갈증도 안 느끼는 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을 먹고 나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야만 한다.

청소 역시 같다.
청소를 하면 힘들다.
그리고 나는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치우기 시작하면 치울 것이 또 보이고 또 보여서
끝이 나지도 않을 뿐더러
너무 힘이 든다.
그리고 청소보다도 먼저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생각도 하고 싶고. 

그런데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아주 편할 뿐더러
나는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사람의 손을 탄 느낌이 들어서,
혼자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아늑하다.

그러니 당연히 나의 선택은
청소를 안 하는 쪽이 될 수밖에 없다.



.
.


군것질, 운동, 물, 청소
는 늘 내가 고민하는 문제이다.
사실 억지로 하면야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만
나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듣기 싫은 수업은 
나가지 않아 F를 맞곤 하는데
일상생활에도 그 성격이 여지 없이 나타난다.
마음 가득 충만히 즐거운 일만을 추구하는 게 나의 별난 성격이다.
하기 싫거나
해도 의미가 없는 행동은 하기 싫다.


하지만
살도 빼고 싶고 할머니 잔소리도 그만 듣고 싶기도 하는 마음도 있어서
늘 군것질 하지 말아야지,
운동 해야지, 물 마셔야지, 청소 해야지 하면서도
안 하게 되는 것이

참 성가시다.
차라리 하고 싶은 생각이라도 안 들면 상관 없는데
늘 하고 싶은데 못 하니까 신경 쓰이고 귀찮다.

그래서 나를 설득해서 할 방법을 찾아내 보았다.



.
.

처벌 때문에 하지 않는 행동들은
처벌을 완화하고 강화를 시켜주면 되는 것 아니겠나,
하는 것.



안 먹으면 
안 좋은 이유들 대신,
안 먹으면 좋은 이유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안 먹으면 
속이 가볍고 편하다.
먹은 것이 없으니 입 안이 찝찝하지 않고 담백하다.(강화물)

그리고 먹는 것의 강화물이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은 다른 것으로 대체 해주면 된다.
군것질만큼 빠르고 간편하고 손쉽고 다양해야만
먹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과자 같은 것보다는 몸에 좋은
비타민이나 과일,
아니면 그나마 아기들이 먹는 과자들이 나을 것이다.



-

운동을 하면
안 좋은 이유들 대신
운동을 하면 좋은 이유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상쾌하고
활력이 생기며
가슴이 뻥 뚫린다.


-

물을 먹으면
안 좋은 이유 대신
물을 먹으면 좋은 이유들을 찾아내면 된다.

물을 먹으면
몸이 가볍고
뒷맛이 깔끔하며
시원하고
갈증이 해소된다.

-

청소를 하면
안 좋은 이유 대신
청소를 하면 좋은 이유를 찾아내면 되는데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청소를 하면 뭐가 좋은 지는 모르겠다.

깔끔한 걸 보면 
보기가 좋은 건가, 사람들은.
나는 잘 모르겠다.




.
.


아무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기존의 행동을 억제하고
억지로 새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하지 않았던 행동들의 처벌을 완화하고
강화물을 찾아 강화해주고,

하던 행동들을 강화시켰던 요인들을 완화시켜
다른 것들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나 자신을 학습시킨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습관을 억제하면서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행동이 습관이 되게끔 해서
기존의 습관을 또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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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당장 이것들부터 
해봐야겠다.
진짜로 되는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