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화형   꿈이야기
조회: 2081 , 2018-06-05 21:55


수면 패턴을 기록하는 어플을 이용하는 중이다.
오늘은 7시간 40분의 수면을 했고,
19%의 렘수면, 21%의 가벼운 수면, 그리고 50%의 깊은 수면을 취했다.
수면의 질은 68%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꿈, 때문인가 싶었다.
아니 그 반대인가.
아무튼,

시작은 한 좁은 방이었다.
나의 노트북을 갖고 한 남성과 나는 그 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마 들키면 안 되는 큰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발각될 위기에 처했고
나와 그 남성은 노트북을 그 방에 버려둔 채로 각자 도망을 쳤다.
그리고 조금 웃기게도 나는 생각만으로 노트북을 포맷시켰다.
아마 신경이 연결되어 있거나, 그랬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를 통해 증거도 인멸되었다.
그러나 수사망은 계속 좁혀져왔고 우리를 추적하는 이들이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도망가지 않았다.
결정적 증거가 없는 이상 나를 섣불리 잡을 수는 없을 것이었고, 
-내가 손도 대지 않고 노트북을 포맷시켰으므로 증거는 없다.
도망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었으므로
도망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함께 있던 한 남성이 붙잡혀버렸다.
어째서 들켰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내가 잡히는 것도 시간 문제였는데
그 남성은 나 대신에 다른 어떤 여성에게 누명을 씌워 함께 잡히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도망다녔고,
그러다가 어떤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등 뒤로 커다란 나무 수갑 같은 것을 찼는데
거기에 불을 붙이고는 오두막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좁은 오두막으로 각기 들어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두막은 불길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무슨 광경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잠에서 깨어나면서 점점 이해가 되었다.
'화형'이었던 것이다.
두 손을 결박한 커다란 수갑 같은 것에 불을 붙이고
자기 발로 걸어들어가 오두막에 불을 붙여 불타 죽게 만드는 화형.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안도감과, 뒤이어 저 여자는 얼마나 지독하게 억울할까, 하는 감정.
그리고 남성에 대한 애도와 고마움 등.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조금은 충격적인 꿈이었다.
첫째로 도대체 저런 방식의 형벌은 어디서 봤단 말인가?
어디서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방식이다.
꿈에서 창조되었다는 말인가? 
나는 어떻게 꿈에서 저런 잔인한 방식의 형벌을 형성해냈단 말인가-

그리고 둘째로는 내가 느꼈던 '묘한 안도'에 대한 죄책감.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나 대신에 죽게 만들어놓고,
그리고 함께했던 동료가 죽었는데도
나는 그것이 내가 아니었음에 안도했던 것이다.

.
.


아무튼 묘한 꿈이었다.
얼마 전에 정주행했던 선덕여왕에서 봤던 장면들이 인상깊었던 걸까-
그냥 덕만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왜 덕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뭔가 형벌도 조금 옛날 방식의 형벌이기도 하고.

거기에 나의 생존 욕구가 합쳐진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 중이기도 하고 
돈이 많이 없어서 생존 모드인데,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생존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반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신경 신호를 이용해서 컴퓨터를 포맷시킨 건,
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힘으로 효율적으로 살고 싶은 나의 욕구를 반영한 건 아닐까.



.
.

뭔가 여러가지 해석을 해보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다.
어쨌든 남겨둘 만한 꿈이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