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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
조회: 578 , 2019-07-13 14:00


장마가 온다더니 소나기도 못 되었다. 바람이 몇 번 불더니 금요일은 아침부터 불볕이었다. 내가 바다에 가있었으면 했다. 마침 옅은 빛의 하늘이 몽환적이었다. 무엇으로부터든, 몽환적인 인상을 발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티에게 주말 일정을 묻고, 저녁에 출발하는 KTX 열차의 좌석을 예매했다.

이른 아침부터 해운대에서 해수욕을 했다. 개점을 기다려서 버거앤파스타에서 아침 메뉴에 맥주를 마시고,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그 후에야 식사에 포함되어 있던 커피를 마셨다. 커피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면, 나중에 내달라고 했을 것이다. 당신이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는 카페에 가곤 하던 것이, 그 여름엔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신에게 보낸 메시지들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모른다. 무엇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슨 말이든 듣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여튼 부산에 간 것에 이유가 있다면, 내 내면의 문제들이다. 

시립미술관이나 청사포에도 갔다가, 늦저녁에 벡스코에서 게티를 만났다. 피차 호주에서 알던 인연들과 꾸준하게 연락을 이어오고 있진 않았다. 민주 누나가 예명으로 음반을 냈다거나, 수민이는 항공사 들어가길 정말 잘 했다는 이야기 정도를 나누었을 것이다.

다시 아침에 갔던 국제시장이 아직 조용했던 탓에, 카페에서 한참을 있다가 나와서야 구경을 했다. 보수동에서는 언젠가 시집을 몇 권 샀던 책방에서 시집을 몇 권 샀다. 커피스미스 2층에서 빈 자리들을 둘러보았다.

어떤 기억들을 잊겠다는 것도, 잊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향수나 그리움에 젖은 것도 아니지만, 산뜻하거나 개운하지도 않다. 무엇이라얄지 모르겠지만, 무엇도 아닌 것은 아니다.

이런 말을 쓰고 보니 나는
그 여름에 그랬던 것처럼, 초연한 척 우유부단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