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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무기력증에게   2002
조회: 1903 , 2002-08-31 04:43
집안에 귀뚜라미 한마리가 들어와있었다.
그것은 잠시 울어대다가 쉬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자기의 존재를 끊임없이 알려대었다.
그 소리가 귀찮으면서도 바깥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그렇다고 에프킬러를 뿌리거나 잡아서 쫓아버릴 수도 없었다.

사람의 존재도 마찬가지인가..
있을 때..곁에서 깔짝거리면 귀찮으면서도 없으면 서운한 것
정들어서 떼버리지 못하는 건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거울처럼 눈 속에 상처받음이 비치기 때문인가..
상처주기가 두려워 또다시 내 곁에 끌어앉히는 건 분명 나자신에 대한 모순이다.
현명한 것은 상처를 주더라도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건가..아님
상처주지 않고 바로 곁에 있는데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는 건가..

철이 든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아무리 나이를 먹어가도 끝이 없는 듯하다.
공자의 불혹이니 이순이니 굳이 윤리교과서적인 내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바르게 처신하는 게 힘든 건 알 수 있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공평하지가 못해서 계속 노력하고 나아가야 꿈꾸는 것을 얻을 수가 있드라
그러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세상이 불공평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력하고 나아가는데
공평하다면 아무도 노력하지 않으려고 할텐데..
최선을 다해서 살라고 내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내 삶은 반대로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고..
지나가는 시간을 내 땀과 눈으로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닥친 일을 눈앞에 두고 딴짓하는 건 더 어려워질뿐이라는 걸 칼로 수박을 쪼개듯이 명확히 머리 속에 박히게 하고 싶었다.
달팽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느린 움직임으로 살더라도 지나간 후
그 나아간 자리가 보이는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라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무기력증-너에게서 벗어나기를..
분명 나도 다른 사람과 같은 시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가치도 없는 것에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
결과가 보이고 그 결과에 무언가 느낄 수 있도록 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