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약속 두개를 내의지로 깨버리고 또다시 컴퓨터 앞이다.
아랫배가 살살 아픈탓도 있었고 가을이라 피부가 거칠해서 화장이 잘 먹지 않는탓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친구녀석과 말했듯이 그사람을 만나러 간다는건.. 좀처럼 내키지 않는 일이기도 했고.
.. 말그대로 영양가 없는 만남임에 틀림이 없으니까.
그선배.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는거.
게다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
잘못한거 없는데도 괜히 눈치보이는 기분따윈 느끼고 싶지 않다.
가끔씩 나도 어쩔수 없을만큼 힘들고 누군가가 그리워질때마다.
내가 정말로 누구를 향해서 이런 글을 쓰고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좋아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미워지는가 하면.
이제는 잊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보고싶어지고..
.. 바보같이 울기도 하고..
그만 힘들어해도 된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하지만.
혼자였던 생활을 둘이 함께 하다가 또다시 혼자가 되려고 하는 시점에선..
항상 그래왔듯이..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많이 아파하고 흔들리는게 사실이다.
나는 안다.
남들이 말하는 설레임보다..
.. 상대방에 대한 익숙함이 더 무섭다는 걸.
익숙해진다..
길들여진다..
그럴수록 상처는 더 커지는게 아닐까.
뻔한 방법이지만 해결해 줄수 있는건 시간 뿐이겠지.
어른들의 방법대로 좀더 의젓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것.
시간이 지나면 잊을수 있을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그렇게 믿어 보기로 했다.
여자는 추억으로 살수 있다고 했다.
일상속에서 하나하나 느껴지는 습관같은 기억들로..
어쩌면 난 오늘 하루도 살고있는지 모르겠다.
눈물은 무기가 아니야.
울면서 널 정당화 시키려고 하지마라.
니 눈물에서 의미가 사라진지는 오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