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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최단기록   카테고리가뭐야
조회: 1801 , 2002-10-17 00:41
한가지 일을 오래 못한다.

최고 오래 일했던게....아마 정신지체 학교에서 방과후 미술교사로 일한 10개월정도가 가장 긴 기록인거 같다.

하루일하는 아르바이트 말고 한달이상 하기로 하고 들어간 아르바이트로 최단기록을 기록했다.

들어간지 3일만에 드뎌 짤렸다..크하하하!!

첫날부터 기분 나쁜말로 겐세이놓던 아줌마가 (직급이 계장쯤인거 같은데..) 아침에 나보고 자리 바꾸라고 명령을 내리길래 싫다구 불응했다.

난 지금 일하는 자리가 좋다.

어둡고 음침한 구석탱이...주변에 직원도 없구.공공근로 아줌마들 몇몇 앉아있는..

그런데 왜 그 많은 사람중에 나를 직원들 옆자리로 옮겨오란건가.

이유는 뻔하다.

내가 불안하고 못미더워서 감시하고 싶은거다.

내가 싫다고 그랬으면 다른 사람을 옮겨주면 되지 꼭 날 붙들고 오라는게 의심스러워서 더 고집을 부렸다.

그랬더니 그 아줌마 직급에 맞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계속 날 붙잡고 늘어지면서 누가 이기나 보자란 심상으로 나오길래 난 여기서 더 손해볼게 없는 녀석이라 계속 싫다구 그랬다.

그냥 싫다구만 한게 아니라 내가 여기 앉아야 하는 구체적 사유와 타당한 이유를 대면서(나도 참 우격다짐 장난아니다) 꽤나 논리적인 척하면서 앉아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이곳의 정책에 불응할거면 여기서 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길래 걍 내가 나가겠다구 그랬다.(정책은 무슨 정책..빈자리 놔두고 다른 사람도 있는데 유독 나만 자기네들 옆자리로 옮기우는게 무슨 정책이야.)

수많은 직원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그 아줌마 체면은 장난이 아니었다.

미안하진 않았지만 불쌍했다.

그 아줌마도 요령없는 고집을 부린것에서는 나랑 똑같은 수준이었기에 별로 미안하지 않다.

그렇게 아침의 소란을 끝내고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고 나자 공공근로 아줌마들이 측은한듯 어떻게 할거냐고 묻길래 그냥 아침에 소란피워서 죄송하다구만 말씀드렸더니 한 아줌마가 내 얼굴을 감싸면서 [아니야... 당당해 보여서 더 보기 좋았어]라면서 위로해줬다.

참 고마운 아줌마들이다.
나에대해 뭘 안다구 따뜻하게 감싸주고 엄마처럼 안아줄까.

왜 직급을 가지고 힘을 가지면 고집스럽고 못되지면서 아래사람을 못부려 먹어서 난린걸까.

왜 공공근로같이 힘없는 아줌마들은 이렇게 순응하면서 조용하고 따뜻하고 인정스러울까.

나두 힘있는 사람이 되야지.

조용하고 따뜻하면서 인정스러우면서 힘있는 사람.

그치만... 그 젊은 직원 하나..나랑 동갑내기 남자앤데..(얜 자일리톨껌 주인이면서 나보고 공격적이라고 말한 장본인이다.) 걔가 나보고 조용히 말했다.
[그럴땐 그 자리에선 네 알겠습니다 하구선 나중에 다시 조용히 거절하는거지..그렇게 처음부터 싫다고 그럼 사람들사이에서 오해받아요.]라구 그랬다.

그건 맞는 말이다.
나두 안다.
나두 그 정도 요령없구 무식한 애 아니다.
그냥 그 각박하고 속물스런 권력남용과 이유없는 닦달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 그래야 할거 같은 의무감에 고집스럽고 불순종하는 사람도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연기에 가까운 액션이었다.

그냥 다른 알바생이랑 공공근로 아줌마들은 불만은 가득한데 표시하지 않고 힘들고 답답하고 짜증나면서도 그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못해서 그냥 꾹 참고 하루 9시간을 숨막히게 지낸다.

그게 안쓰럽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놀라면서도 내심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감정의 이동을 느꼈다.
  
그러구선 나만 짤리면 나만 손해보는거 아니냐구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아직까지 돈을 더 벌고 덜벌고 보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느끼게 하고 꿈을 이루게 하고 비현실적일거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게 즐겁고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 행동은 내가 여태껏 수많은 취해왔던 독특한 행동양태에 비해 몹시 평범한거였다.

그럼 그 계장 아줌마는 나에게 자유와 꿈을 뺏긴건가.

그 아줌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좋아하지도 미안하지도 않는 아줌마지만 난 항상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명을 느끼고 내 역할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데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난 또 궁리할것이다.

떠나기전에 계장 아줌마에게 카드 한장 써서 드려야 겠다.

그래도 역시 나만 손해 보는건가..

아니다..
다 수가 있으니까 이러는거지..
담 주부터 도서관에서 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