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가 성소재림이란 원수때문에 그 지경이 된 뒤로 받을 돈 못받고 쪼들리는 영화인이 한둘이 아닌걸 알게 되고 따로 일을 시작했다.
알바 시작한지 이틀째...
일하는거 처럼 보이면서 농땡이 까는 법은 일기라도 끄적이는 것이다.
옆에 앉은 아줌마는 팔짱을 끼고 앉은 채로 잠들었다.
왠지 안쓰럽다.
어제는 긴 글을 썼으나 다 날려먹었다.
문명은 편리함을 주지만 의존성,습관성 중독을 함께 동반한다.
여긴 딱 1년전에도 알바했던 데다.
직장인들은- 고리타분하고 형식에 얽매이고 챗바퀴같이 사는 사람들을 일컷는 대명사- 변함이 없다.
책상몇개,부서가 조금 이동된 사람들 외엔 바뀐게 없어 보인다.
어제 첫출근 아침에 오자 마자 일감을 받기 전에 빈 책상에 멍청히 앉아 기다리는데 책상위에 껌통이 보였다.
손톱만한 자일리톨 하나 꺼내서 입속 세균 좀 죽이고 있는데 그 껌 주인이 와서 인심쓰듯 껌 먹으라구 그랬다.
난 알아서 꺼내 먹었다구 그랬다.
그랬더니 표정-->O.O <-- 먹으라 그래놓고 뭘그리 놀라나.(추억의 개그..개그..)
암튼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사실은 아니다.-_-;;
앞으로 또 무사하지 못할거 같은 전조를 울려주고 왔다.
계장인지 직급을 모르겠는 여자가 열심히 일하라며 격려차 하는 말이겠지만 다른 사람 방해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말에 발끈해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내가 뭘 방해할게 있겠냐구 대꾸하구 휙 나왔다.
말을 해두 그렇지..
오늘두 일하는데 뒤에 사람에게 뭘 물어보는데 위제트가 나타나서는 내 이름을 크게 호면서 [1시 30분 부터 주덕경씨 계속 지켜 보는데 계속 산만하고 들락거리고 가만히 못있어!!]
라구 성질을 내길래 내가 들락거리든 말든 오늘 내 분량의 일은 하니까 참견하지 말라구 대꾸했다.
여기가 공산당이야..제 5호 담당제야..감시는 무슨 감시..
저렇게 구체적인 시간을 대면서 사람 궁지에 몰아넣는 저 수법 내가 모르는 줄아나?
난 더 한수위라구.
2시에 민방위 훈련있어서 1시 50분에 나가면서 날 주시하는 위제트의 눈길을 알아채고 모르는 척하고 분명 뭐라 할거 같은 예감에 내 행동을 스스로 체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형사같은 말투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진짜 일년이 지나두 나만갖구 물구 늘어지는 저 싸가지 없는 말투 여전하구먼..
다음에 또 뭐라구 했담 봐라..그땐 더 쪽팔리게 만들어 줘야지.라구 근무 내내 뭐라구 대꾸해줄까를 속으로 궁리했다.
그랬더니 작년에 없던 새로 온듯한 젊은 직원 하나가 나보고 말투가 공격적이란 얘기 안들어요?라는 말로 공격을 해오길래 그건 공격적인게 아니라 당당한거라구 정정해줬다.
정정 당당..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난 사회 부적응자다.
학교다닐때두 그렇구 늘 눈에 띄는 외모땜에 지적당하구 눈밖에 나고 희한하고 이상한 애 취급받구...억울하지만 그래두 무관심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뻔뻔하게 버틴다.
그래서 내겐 팬도 많고 적도 많다.
적어도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서 존재감없이 편하게 사는 사람하구는 틀리다.
하지만 어떻게..
그게 난걸.
위제트가 뭐라해도 꿋꿋하리라.
작년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위제트를 같이 미워해서 든든했는데..
지금은 외롭다.
그치만 난 안다.
위제트는 날 미워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편한 대상을 좋아한다.
위제트의 특기는 말도 안되는 우격다짐으로 상대방 괴롭히기다.
난 그걸 귀찮아하면서도 받아치면서 대꾸하는걸 또 즐긴다.
난 절대 안지거든.
그걸 알면서도 또 나한테 공격하는 위제트는 무슨 심볼까.
아마 그걸 알기에 더 맘놓고 무시하나보다.
그래두 내가 한수 위다.
왜냐면 난 위제트를 진짜로 미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제트는 늘 내가 못마땅하지만 난 위제트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불쌍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다각도로 이해하고 생각한다.
그 성격으로 세상 살기 정말 짜증날꺼다.
난 위제트를 이해하지만 위제트는 날 이해 못한다.
그래서난 이미 위제트 위에서 그의 맘을 보고 있다.
덤벼라..
또 상대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