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쌈지 락 공연 있던 날
하필 친구 결혼식이 겹쳐서 여의도에 먼저 갔다.
공연장가는데 넘 점잖게 입기도 그렇고 결혼식가는데 넘 날라리같이 하기도 그렇고 그냥 까만 진에 까만 프라다스타일의 점퍼를 입구 나갔다.(프라다 옷 절대 아니다..그냥 잠바때기다)
난 상상도 못했다.
결혼하는 헤진이가 나랑 같은 국민학교에 같은 중학교 출신인걸.
넘 오래전 일이라 어디서 만나 친구인지 조차 잊고 있었다.
갔더니 중학교 국민학교 동창들이 와있었다.
학교 졸업한 뒤로 본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는 그래서 보자 마자 어디서 본건 같구 아는 척하긴 귀찮구 그런 얼굴들이 보였다.
그냥 앉아서 쌩까는데 오지랍넓은 선임이가 이친구 저친구 불러다가 소개를 해줬다.
난 모든 학교를 남녀공학을 나왔다.
그치만 남자애들이 꽤 많은거에 놀랐다.(여자애 결혼식에)
다들 아줌마 아저씨였다.
그래서 뒤늦게 실감했다.
난 이쪽 무리들과 동격이어야 정상이구나.
그러나 도저히 한무리가 될 수 없는 괴리감.
여자애들이 입은 가을 니트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몇십만원짜리,반짝이는 귀걸이 반지는 거의 순금에 명품,가방하나를 들어도 가죽과 체인모양이 평범한 학생들이 들고다니는 건 아니라는 짐작이 가능한 물건들.
남자들은 다들 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단정한 머리는 기름칠을 하고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돌린다.
오랫동안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후줄근한 외모로 돌아다니는걸 아무렇지도 않아 하다가 그 곳에서 한꺼번에 몰려드는 내 정체성(?)의 아리송함에 혼란이 왔다.
그래 내 나이 되면 도저히 청바지에 티때기만 입고 돌아댕기는거 잘 못하지.
그들의 말투는 성장한 사람만이 쓰는 예의와 내숭이 섞였고 농담하나를 해도 건전하고 진취적.
결혼한 사람,미혼인 사람이 반반씩 섞여있고 나름대로 결혼에 대한 철학을 농담에 섞어서 내뱉고...
어른의 농담의 특징은 안웃기다는데 있다.
저게 어른이구나..
나도 어른인데..
난 줄곧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넌 왜 말이 없니? 말좀 해봐]
[난 어른들하고 있음 할 말이 없어](모두들 박장대소)
마치 난 어른이 아닌듯...
결혼식후에 나가서 애프터 하자는 권유를 뒤로하고 비를 맞으며 성대에서 하는 쌈지 공연장으로 향했다.
대학로에 내리자 누가봐도 힙합과 락을 좋아하게 생긴 어린것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고 있었다.
티셔츠에는 HIP HOP용어와 그래피티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촌스럽지만 그 나이니까 가능한 가죽쟈켓,찡,체인,염색..이런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 왔다.
어디서 비슷한 친구들끼리 사귀게 된걸까.
빗속에 습기젖은 담배를 똑같이 꼬나물고 수그린 어깨와 건들거린 걸음-어떻게 저들은 이 곳까지 오게된걸까.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머릴 흔들고 미친척 놀아보겠다고 빗물튀기면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나도 한때 자칭 락매니아 잘나가는 락커지망생이었건만..
난 그저 구경꾼 방관자,나그네...
아닌데..
난 뭐지?
비교체험 극과 극을 오가면서 어디서도 하나되지 못하는 나는 도데체 어디 소속된 외계인인거지?
나에게 친구는 없어.
그저 친구라고 치자면서 만나는 사람들.
이 정도면 친구지라고 쉽게 생각하고 아는 사람들의 범주를 심각하지 않게 연락하고 만나고....
하지만 그 누구와도 나와 하나되진 못해.
누구나 타인이고 누구나 남이야.
난 어디도 소속되지 못해.
그게 난가봐.
이걸 인정해야 하나?
아님 노력해서 어느쪽이든 높이고 낮춰서 하나가 되보려 노력해야 하나.
그렇게 오다가 그쳤다 또 오기를 반복하는 빗속에서 내 생각도 내렸다가 거뒀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지금까지 어디도 소속되지 못하고 완전한 하나도 되지 못하는 자신에 외로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