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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노란색과 연두색   카테고리가뭐야
조회: 2166 , 2002-10-22 21:22
언제부턴지 기억이 안는데 노란색과 연두색을 특히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검은색이 제일 멋진줄 알았다.

검은색을 좋아한다고 꼭 우울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걸 좋아한다는 건 뭔가 나와 공통점을 느꼈을 때이므로 검은색에서 전혀 날 안 느낀 건 아닐 것이다.
난 실제로 우울했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갖고 있는 검은색에서 나와 닮은 점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검은색은 다른색보다 카리스마가 있고 우아하고 엄숙한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
무게감이 있다.
장난과 유머감각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난 아마 그런 사람이고 싶었던거 같다.
진지한 자세로 깊이 생각하고 무겁게 가라앉은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뿌리는 검은 세력, 그런 것에서 내 마음을 검은색과 동일시하고 좋아하게 된 거 같다.

난 밝지도 잘 웃지도 말이 많지도 않은 우울한 감수성의 아이였다.
다른 색깔들은 나를 수식하지도 설명해주지도 못했다.

지금도 검은색을 좋아하긴 하다.
역시나 검은색의 매력은 누구나 소화하려 하지만 아무나 소화하지 못하는 카리스마에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색이 뭐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은 아니다.

두 세살때 처음 접한 원색 찬란한 디즈니 동화책덕분에 색깔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되고 색을 즐기는 성향이 생긴거 같다.
다양한 색을 느끼고 즐기고 받는다.
하지만 검은색에 빠져 있었을 때는 다른 색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람에게도 각자의 색이 있다.
개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 특유의 색은 개성이라는 단어로 대치하기엔 부족하다.
그 사람을 딱 보면 그 사람이 뿜어내는 빛깔이 있다.
향기가 후에 남는 잔상에 가깝다면 빛은 첫인상에 가깝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미래를 이끌 왕을 찾아 마을의 집으로 내려갔다.
그는 방금 들판에서 일하고 내려온 다윗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 같다.
다윗의 빛이 붉다고 표현했는데 이 붉은 빛은 진취적인 빛이면서 혈색이 잘 돌고 햇볕에 그을은 건강하면서도 부지런한 색이었다.

사람마다 다윗처럼 붉은 빛을 뿜으면서 적극적인 기상을 느끼게 하는 사람도 있고 푸른빛을 내면서 휘파람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에 비해 원숙하고 차분해서 베이지나 갈색톤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오랫동안 어두운 색이 주는 매력에 끌렸었다.
어떤색보다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빛하나 들지않는 칠흙같은 어둠은 존재하지만 그림자 하나없는 완벽한 빛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서운 흡인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어둠은 공포를 주고 내 존재감이 먹혀버릴거 같은 위협감을 느끼게 한다.
그 속이 알 수 없는 블랙홀같고 질병을 옮길거 같은 불안감을 준다.
보통 누구나 밝은 색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도국가라는 지리상특성과 외침을 많이 받은 약소국특유의 불안감으로 다혈질의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혈질인 사람들은 우울질적인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조증이 울증을 동반하는것과 같은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욱 어두운 색을 좋아할까.

아니다 우울질적이든 다혈질적이든 나무가 햇빛을 보고 손을 뻗는 것과 똑같이 사람은 밝은 빛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다.

밝은 빛을 가진 사람은 어딜가나 인기가 좋다.
그 사람이 궂이 지적이거나 화재가 풍부하지 않아도 밝은 얼굴로 밝은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친해지고 싶고 호감이 간다.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곁에 다가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색깔은 물을 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밝은 빛이 가까이 있으면 나도 함께 밝아지기 때문이다.

무척 사랑했지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어두운 색깔을 감당하지 못하고 연인과 헤어진 친구가 있다.
그녀는 그 사람에겐 나 보단 사탕색깔의 사람이 필요한거 같다고 말했다.
그 뒤로 우린 서로에게 밝은 사람이 되길 비는 마음에 사탕색깔처럼 이쁜 꿈꿔 라는 말로 밤인사를 하기도 했다.
말 안해도 어릴때 먹었던 작은 상자안에 색색으로 들어있던 과일맛 드롭스를 서로 떠올렸다.
사탕색깔처럼 자유롭고 웃음이 묻어나면서 밝은 느낌은 달콤한 생각을 떠올려 준다.
어두운색은 누구나 감당하기 힘들게 하지만 밝은 색은 누구나 필요하다.

생각해봐도 노란색과 연두색은 참 좋다.
기억은 안나지만 6~7년 전만 해도 별로 좋아하던 색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그 색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 색을 좋아하면서 다른 어느 색에게도 마음이 관대해졌다.
어릴 때 디즈니 그림책에서 봤던 다양한 색깔들에게 끌렸듯이 모든 색이 나름대로 다 이쁘고 어울리게 배치만 잘해놓으면 기쁨을 준다는 발견을 하게 ‰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