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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천사
 1- 5년전 약속... 기억... 못..하겠죠?   미정
조회: 1750 , 2002-12-30 15:47
오늘 큰 맘 먹고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어차피 이 편지... 당신 손에, 당신 귀에 들어갈 일 없으니

결국은 또 혼잣말이 되겠지만 말이예요..


당신... 잘 지내고 있죠?
나 봐요... 이렇게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는거...
신기하죠? 나... 이렇게 멀쩡하게 사는거...


여름이네요... 당신과 처음 만난 그때도 여름이었죠...
우연히 친구의 전화를 내가 받아 당신과 나...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 인냥 오래 통화했던거..
그게 벌써 5년전이네요...
실은 나... 며칠전에 당신집에 갔다 왔어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정말 그냥 지나던 길이었는데...
울고 있었나봐요... 어떤 꼬마가 손수건을 내밀더라구요...
한동안 그 동네... 잊고 살았었는데... 일부러 피해 다녔었는데...
나.. 정말 바보같아요. 아직 이러는거 보면...
다 잊진 못해도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봐......
세월이 흐르면 잊혀진다는 말... 거짓말인가봐요.. 그죠?  나한테 해당되지 않는거 보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당신 생각 여전하고, 변한거 하나도 없으니 말이예요...
그치만, 나... 다시 되돌릴 생각... 없어요...
우린 인연이 아닌가보죠.... 내가 이토록 간절히 원하는대도 당신 내 옆에 없으니.....
그냥... 우리... 그때... 정말 많이 사랑했던거..., 누구보다 행복한 우리 두사람 이었다는거....
그거 하나만 기억할래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누가 내게 물어보면, 나... 한평생 살면서
당신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너무 많이 그리워해서 마음 많이 아팠다고.....
그렇게 얘기할래요...

당신 기억나요? 우리 처음 헤어졌을때...
내가 너무 힘이들어 당신한테 헤어지자고...  이제와 얘기지만... 미안해요....
당신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데... 우리 만나지 못했었으니까...
나혼자 힘든거 같아서...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애태우는거 같아서....
바보같은 모습 보이기 싫어 헤어지자고 했던거...
나... 당신 사랑 조금 의심했었나봐요...
그래서 아직도.... 많이 미안하고, 내 자신이 미워요...

그래놓고 나... 당신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다시 당신한테 가 버리고....
나... 정말 나쁜 여자 맞죠?
당신 사랑 할 자격 없는 여자 맞죠?
그치만... 나... 가끔씩 생각해요. 우리 정말 행복했었던 그때...
당신 편지 몰래 읽었던 일, 당신 집에서 술 마시고 놀았던 일,
버스 유리창에 임김불어 사랑한다 했던거.. 바다 갔던거... 놀이공원 갔던거.. 사진찍은거...
내 생일날 늦게 온 당신한테 화나서 토라져 있을때 " 행복한 나를" 이라는 노래 불러주며
내 손에 반지 살포시 끼워줬던거....
당신 다 기억하고 있을까요?....
난 이렇게 하나.. 하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그리고... 우리... 교회에서 무릎꿇고 기도했던거... 기억나요?
무슨 기도 했는지 비밀로 하기로 했던 것도...
나.. 그때... 당신만 사랑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당신만 내 옆에 있어달라고 그랬어요.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당신 하나만 내 옆에 있어달라고,
죽을때까지 당신옆에만 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비록 하느님이 나 나쁜 여잔 줄 알고 들어주시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젠 교회도 가지 못해요. 자꾸 당신 생각나서 울기만 하거든요.

봐요... 나.. 이렇게 당신 생각 많이 하고 있는데.. 당신은요?
나 벌써 잊고 지내는거 아니죠? 그렇죠?
우리 비록 결혼은 못하고 이렇게 남남이 된 채 살아가지만...
나... 원망 안해요. 당신 미워하지도 않을거구요. 후회도 안할꺼에요.
내 사랑.. 결코 헛되지 않았으니까... 어느 누구한테도 당당하니까...
당신... 많이 보고 싶어요.
한번도 소리내어 불러본 적 없는 "당신" 이라는 이름...
내가 부르고 싶은데... 한번쯤 불러주고 싶었는데...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불러보고 싶은 말인데....
우리 조금만 더 커서 만나자는 당신 말... 지킬 수 없겠죠?
어쩜 우리 눈감는 날까지 만나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오늘처럼 살아가겠죠?

당신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예요. 그거 알죠?
나... 처음으로 누군갈 위해 내 목숨하고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당신인거 알죠?
당신 부모님... 당신 누나... 당신 동생들.. 나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해 줬는데...
그거 다 갚지도 못하고 당신하고 헤어져 버려서 얼마나 죄스러운데....
나... 당신 지우지 않을거예요... 지우고 싶지 않아요.
내 마음 깊은 곳에... 당신 기억 하나 하나 묻어두고,
보고 싶을때마다... 기억해 내고 싶을때마다... 꺼내서 볼꺼에요.
그래도 되죠?
잊어달란말... 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그래요 나... 당신 지우지 않을께요.
당신도.. 나도.. 우리 기억도... 다....

그리고
미안해요... 당신 허락 없이 당신 너무 많이 사랑해 버려서....

보고싶어도... 지금 이 순간에도....